제3099화
창란선역, 구중천 위.
핏빛 석양 아래 한때 번화했던 천궁은 이제 폐허가 되어 여기저기 무너진 잔해와 부서진 벽돌 더미뿐이었다.
순양궁 문 앞에서 하경은 나후, 청명 등 네 명의 선왕을 이끌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과거 이족 선왕들 앞을 가로막던 천궁이 마침내 함락되었다.
선역 제일 선왕이라 불리던 순양과 음양 두 사람도 황조무기에 의해 참살되었다.
하경의 눈에는 이제 선역 전체가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이 마음껏 거둘 수 있는 곳처럼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천지가 피를 흘리듯 울부짖고 사방에서 수많은 번개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유리왕의 기운이 천지 사이에서 급속히 사라지는 것을 감지한 하경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유리왕이 죽었다고?”
유리선왕의 죽음은 고요한 호수에 거대한 바위를 던진 듯, 순식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큰일이다! 유리선왕은 영롱복지를 봉쇄하고 있었다. 유리선왕이 죽었으니 영롱 그 여자가 탈출할지도 모른다!”
옆에 있던 청명선왕이 무언가 떠올린 듯 얼굴이 음침하게 일그러졌다.
천궁을 함락한 지금, 이족은 구천십지 중 네 구역을 이미 손에 넣었다.
기존 마계와 맞닿은 남역과 서역도 장악했으니 다음은 중역과 동역일 터였다.
그런데 영롱복지는 바로 동역 안의 최정상급 세력 중 하나였다.
유리선왕의 죽음은 단번에 이족의 배치와 계획을 흐트러뜨려 암흑대란의 진척을 가로막았다.
하경은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황금빛 신광이 번뜩이는 검은 눈으로 억만리 혼돈 허공을 꿰뚫듯 바라보며 시선을 영롱복지 상공에 떨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몰래 자신을 엿보는 걸 감지한 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
다음 순간, 선왕 대원만의 기세가 장공을 꿰뚫어 하늘을 뒤흔들었고, 주변 공간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하경선왕이 뻗어온 신식은 그 힘에 순식간에 갈려 사라졌다.
구중천, 천궁 안의 하경은 마치 중격을 당한 듯 신음을 흘렸다.
몇 호흡 뒤, 그는 경악에 찬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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