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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남자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하가윤은 직접 민효영의 소속사에 연락해 그녀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사립 탐정에게 연락해 고유현의 신상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고유현과 고의찬 두 사람이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았다. “며칠은 고씨 가문 사람들과 연기를 더 해야겠네.” 하가윤이 가족 단톡방에 음성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화면 상단에 고의찬의 메시지가 팝업되어 나왔다. [당장 집으로 와, 얘기 좀 하자.] 하지만 하가윤은 고의찬의 메시지를 지워버린 뒤 막 오픈한 노래방으로 갔다. 댄스 플로어에서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나쁜 기분을 전부 잊어버렸다. 몸매가 매우 좋은 남자 종업원들이 와서 술을 권하자 하가윤은 기회를 틈타 장난 좀 치려고 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하가윤은 고의찬이 얼굴이 창백해진 채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뒤로 네온사인이 비쳐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새하얗게 보였다. 하가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고의찬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차로 끌고 갔다. “고의찬, 머리가 아픈 거면 병원에 가! 나한테 화를 내지 말고!” 하가윤이 아무리 욕을 내뱉어도 고의찬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신혼집이 될 예정이었던 고씨 가문에서 구매한 별장 앞까지 간 후에야 고의찬은 비로소 손을 놓고 하가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효영이가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거야, 너도 효영이한테 아이 돌보는 방법 좀 배워, 나중에 이런 것들은 모두 네가 맡아야 하니까.” 잠시 멈칫한 뒤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가윤아, 잊지 마. 넌 고씨 가문 안주인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딸깍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더니 실크 잠옷을 입은 민효영이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고의찬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럴 줄 알았어. 아빠와 아들 사이에는 텔레파시가 통한다니까. 유현이가 조금 전에 금방 아빠가 보고 싶다고 했거든, 말한 지 1분도 안 됐는데 의찬 씨가 온 거 있지...” 민효영은 턱을 들며 명령하듯 하가윤을 가리켰다. “유현이도 어린아이라 부모와 함께 있을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 하가윤 씨도 우리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하가윤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려 하자 민효영이 고의찬을 이끌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문까지 닫았다. 쿵! 차가운 철문이 코끝에 힘껏 부딪힌 순간 거대한 통증이 코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 나갔지만 하가윤은 꾹 참고 손가락을 지문 인식기기에 넣었다. 그 순간 삑삑거리는 경보음만 들렸다. 순간 말문이 막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선 하가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빨간 불빛이 깜빡이는 스마트키를 바라보았다. ‘고의찬이 내 지문을 삭제한 거야?’ 신혼집을 여기로 정한 후 고의찬은 하가윤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의 생일로 구성된 비밀번호를 설정하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야.” 설명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 목구멍에서 치솟아올랐지만 입안의 떫은맛을 무시하며 다시 그 익숙한 번호를 입력했다. 삐삐! 날카로운 경보음이 다시 한번 울렸다. 순간 수많은 독화살이 하가윤의 온몸을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꿰뚫은 것 같았다. 하가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고의찬, 정말 많이 급한가 보구나.’ 하가윤과 고의찬은 약혼한 사이였기에 고씨 가문의 안주인은 하가윤이었다. 그런데 안주인이 집에 들어갈 권리마저 박탈하고 불륜녀를 집에 들이다니... ‘하지만 여기는 내 집이야!’ 정원에서 삽 한 자루를 찾아 창문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유리창이 와장창 깨진 후 바닥의 유리 조각을 밟으며 실내로 뛰어 들어갔다. 거실에 있는 민효영은 고유현을 안고 하얀 천 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옆에는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을 조용히 보고 있는 고의찬이 있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하가윤은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민효영이 발로 밟고 있는 것은 바로 하가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손수 만들어 준 웨딩드레스였다. 하가윤의 엄마 박은숙은 생전 글로벌적으로도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였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복고풍 드레스였으며 하가윤에게 남긴 유일한 유품이기도 했다. 박은숙은 죽기 직전까지도 힘든 몸을 이끌고 드레스를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고유현이 치맛자락에 달린 다이아몬드를 잡아당겨 고의찬에게 내밀자 고의찬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유현을 바라보며 민효영의 손에 건네줬다. 볼이 살짝 붉어진 민효영은 조심스럽게 그 물건을 받아 들더니 고의찬에게 애교를 부리며 잘 간직해 달라고 했다. “내 물건 위에 웅크리고 있으면 좋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하가윤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그들의 분위기를 깨는 목소리에 당황한 민효영은 본능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숨기려 했지만 하가윤이 바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민효영의 손가락을 하나씩 벌리면서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아들이 이 손으로 다이아몬드를 만졌지?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한테 손을 댈 수는 없으니 네 손을 못 쓰게 해주마!” 하가윤이 뾰족한 하이힐로 민효영을 손을 밟으려 하자 고의찬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극도로 어두워졌다. “하가윤, 미쳤어!” 그러고는 테이블 위의 주전자를 집어 들어 하가윤 쪽으로 힘껏 던졌다. 끓고 있던 뜨거운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가윤은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했지만 고유현이 그녀 발 옆까지 밀어놓은 웨딩드레스를 밟는 바람에 쿵 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평소 연약했던 피부에 바로 물집이 잡혔다. 그러나 고의찬은 민효영 앞으로 달려가더니 그녀 손가락의 보이지도 않는 부상을 자세히 살폈다. 깜짝 놀란 민효영은 고유현을 꼭 끌어안고 흐느끼며 울었다. 고의찬이 극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하가윤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가윤아,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고의찬, 이건 우리 엄마가 손수 만든 웨딩드레스야, 유일한 유품이라고!” 고의찬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약혼식 전, 하가윤이 웨딩드레스에 대해 고의찬에게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의찬은 하가윤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약속했다. 그녀를 부산에서 가장 눈부신 신부가 되게 해주겠다고 말이다. 그러던 사람이 지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그냥 웨딩드레스일 뿐이잖아, 사람 시켜서 비슷한 디자인의 드레스 몇 벌 더 만들라고 하면 되지. 왜 아이하고 따지려고 그래.” 상처 부위로 통증이 더욱 선명하게 전해졌지만 심장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가윤은 결국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비꼬았다. “네가 바라는 고씨 가문 사모님이 되지 못해 미안해서 어떡하지?” 이 말을 들은 고의찬은 표정이 바로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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