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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온예슬은 물 한 잔을 따라 유승준의 앞에 놓았다. 조금 불편하게 앉아 있던 유승준은 자세를 바로잡더니 두 손으로 컵을 꽉 쥐고선 시선이 온예슬에게 고정된 듯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오늘 있었던 일은 유승준에게 너무 큰 충격을 주었다. 처음에는 마음을 빼앗아 간 여자가 아내라는 사실에 기뻐하다가 나중에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아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걸 알게 되고선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온예슬을 위해 많은 선물을 준비한 걸 보면 나름 신경 쓰고 있다는 건데 뜻밖에도 그녀의 반응은 너무 시답잖았다. 유승준은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혹시나 온예슬의 분노 버튼을 누를까 봐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온예슬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유승준은 아직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장에 묻어있는 몇 방울의 핏자국과 잔뜩 구겨진 셔츠를 입은 채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이제 자야지.”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유승준은 컵을 떨어뜨릴 뻔하다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온예슬의 뒤를 따랐다. 최근 들어 온예슬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고 같이 살겠다며 억지를 부린 이상 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스킨쉽을 좋아하니 거의 매일 밤 관계를 가졌고 그 탓에 온예슬은 점점 겁이 날 지경이었다. 유승준은 침실 안을 빠르게 훑었다. 늘씬하고 다부진 몸매를 소유한 온예슬은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유승준의 정장 재킷을 벗겨주며 말했다. “일단 가서 씻어. 머리에 물이 안 닿게 조심하고. 염증 나면 안 되잖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 옷장을 열어 잠옷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건 두툼하게 쌓인 이혼 협의서였다. 유승준이 매번 이혼 협의서를 찢는 바람에 온예슬은 행여나 없던 일이 될까 봐 걱정되어 한꺼번에 많이 출력해 뒀다. 당연히 유승준은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대문짝만하게 적힌 이혼 협의서를 보고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게 한창을 멍하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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