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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여원훈은 딸의 야심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른 두 아들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여나연은 필연적으로 희생양이 될 것이었다. 그녀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없는 한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나연의 눈가에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알았어요.” 이진아는 몸을 뒤로 기댔다. “대통령께서는 지금 당장은 제 신분을 신경 쓰지 않으실 거예요. 그분께 저는 보잘것없는 개미일 뿐이니 말할 가치도 없죠.” 여나연은 이곳을 떠나면서도 이진아에게 계속해서 희망을 심어주려 했다. “만약 여진한 씨가 제 셋째 오빠 사고를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 제가 하는 모든 결정은 여진한 씨와 상의할 거예요.” 이진아는 당연히 그녀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여나연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누구든 이용할 수 있었다. 그녀를 믿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게 될 것이었다. 그녀가 저택 안으로 돌아오자 누군가 음식을 테이블에 올리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이진아 씨, 정말 그렇게 할 건가요?” 이진아는 휴대폰을 꺼내 강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베리안 허스키는 일생에 단 한 명의 주인만 알아봐요. 주인이 떠나면 밥도 물도 안 먹고 슬픔에 죽어가죠. 저 이진아도 마찬가지예요.] 이쪽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강현우를 조금 놀리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쪽에서 한 마디가 다시 날아왔다. [재미없어.] 강현우는 이 문장들을 반복해서 보았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제 육감으로는 현우 씨가 이미 새 아내를 맞은 것 같아요. 저는 웃으며 축복해줘야 하는데 눈물이 터져 버렸어요.] 강현우는 이진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진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거지?’ 그는 여전히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선명해질 때마다 그의 심장은 통제 불능으로 뛰었다. 그는 마치 마음이 움직였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듯했다. 그는 며칠 동안 매우 한가했고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주지훈을 찾아보라고 사람들을 보냈지만 주지훈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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