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호텔에서 내린 후 곧장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하지만 홀에 강현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웨이터에게 물어 그가 앉아 있는 호수를 알아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발견했다. 여자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요염했는데 몸을 기울여 그와 뭔가를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와 달리 강현우는 시선을 늘어뜨리고 무심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진아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그냥 되돌아가려고 했다. 두 사람의 데이트를 방해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이진아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는 가방을 들고 다가와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싸늘하게 웃었다. “별거 아니네, 뭐.” 그러고는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화를 내면서 나가버렸다. 굽 소리가 어찌나 센지 바닥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였다. 이진아는 그 자리에 서서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강현우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제 와서 발걸음을 돌리는 건 너무 작위적이라 그의 앞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는 천천히 걸어가 앉았다. “대표님.”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눈앞에 놓은 컵에 조금 전 그 여자의 립스틱 자국이 남아있었다. 강현우의 태도는 시종일관 무심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차분한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진아는 그날 섬에서 있었던 일이 그저 남자의 생리적인 반응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니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차가워졌다. 강현우가 차분할수록 며칠 동안 고민했던 그녀가 더욱 우스워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지어졌고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대표님, 전에 이수아가 강인 그룹과 계약했었는데 혹시 그 땅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사업 기밀과 관련된 일이라 다른 것과 교환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만 그 자리 제자리인데요? 혹시 자리를 잘못 앉으신 건 아닌가요?” 이진아는 당황한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