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박여진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박태호는 시선을 늘어뜨리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 내가 도와주면 뭘 해줄 거야?”
그가 원하는 보상이 무엇인지 박여진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지금 모르는 척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박여진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면서 물었다.
“원하는 게 뭐야?”
박태호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너랑 자고 싶어.”
그 말에 박여진은 순간 멈칫했다. 가끔은 박태호가 이렇게 변해버린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박여진은 늘 그를 동생으로 여겼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마음을 품게 된 걸까? 심지어 역할 전환도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말투도 저속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진아 생각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두 번 자본 것도 아니고.
“오늘 밤 너희 집에 갈게.”
박여진은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은 후 박씨 저택에 한 번도 가질 않았다. 그 후 박태호도 박씨 저택에서 나와 별장을 샀고 그 별장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박태호의 두 눈에 순식간에 핏발이 섰다. 그녀가 왜 갑자기 동의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는 곧바로 주소를 보냈다. 박여진이 그를 얼마나 피하고 싶어 하는지 알기에 그의 새집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그 생각에 박태호는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처음에는 분명 네가 먼저 다가왔는데 왜 관계를 가진 후에는 날 피하지 못해 안달인 건데? 대체 왜...’
박여진은 주소를 보고 나서야 그의 새집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와 관련된 일을 회피해왔다. 게다가 박씨 가문의 양녀라는 신분을 벗어나면 두 사람은 아무런 접점도 없었다. 가끔 성공한 사람들의 입에서 그의 근황을 듣곤 했다.
그녀는 심호흡한 다음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그리고 별장 밖에 도착해서 이진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지 진아 씨는 모를 거예요.]
그 문자가 무슨 뜻인지 몰랐던 이진아가 물어보려던 찰나 박여진에게서 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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