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5화
이진아는 거실에 서서 그 남자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았다.
문 앞에 붙어 서서 무슨 소리라도 들으려 했지만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소파에 앉아 10분 동안 기다렸다. 잠시 후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오는 걸 보고는 재빨리 달려가 물었다.
“제트 괜찮아요?”
그의 눈매가 가늘고 길어서 눈빛이 카리스마가 넘쳤다.
“괜찮아요. 평소 자주 이러는데 약 먹으면 괜찮아져요.”
‘자주 이런다고? 어쩐지 가끔 고집이 엄청 세더라니.’
그녀는 남자가 들고 있는 가방을 쳐다보았다. 안에 여러 종류의 약들이 들어 있었는데 아마도 정신과 약인 듯했다.
“이 약들 부작용은 없겠죠? 예를 들면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거나...”
남자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웃었다.
“제트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약이 아니에요. 이진아 씨,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제트한테 가장 좋은 약은 이진아 씨예요.”
이진아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Z가 그녀에게 거는 기대는 너무나 컸지만 그녀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하여 Z가 이토록 괴로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간을 어루만지면서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그쪽 의사죠? 혹시 제 기억상실증도 치료해줄 수 있나요? 제가 옛날 일을 기억해내면 제트가 왜 불안해하는지 알 수도 있잖아요.”
“기억을 되찾으면 제트를 쳐다보기나 할까요? 이게 바로 제트가 불안해하는 점입니다. 이진아 씨가 멀쩡했을 땐 제트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거든요.”
이진아는 그녀가 기억을 잃은 것 때문에 Z가 불안해한다고 생각했지만 Z의 불안은 그녀가 기억을 되찾을지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과거를 기억해낸다면 지금 이 달콤한 꿈도 비눗방울처럼 터져버릴 것이다.
“전...”
그녀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당부가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 약을 먹고 잠들었으니까 제트 옆에 있어 주세요, 진아 씨.”
이진아는 남자를 정중하게 배웅한 다음 안방 문을 열었다.
안이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고 조용했다. Z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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