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7화
이진아는 다시 그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올 때만 해도 산장에 불빛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꺼져 있었다. 다행히 나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산장 정문까지 가는 내내 그녀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주인이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이상하네.’
하지만 이진아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Z를 차에 태웠다.
근처에는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고 멀리 처마 밑에 걸린 등이 희미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그녀는 매화를 뒷좌석에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다음 차 문을 닫으려다 넘어질 뻔했다.
차 옆에 금방 생긴 듯한 새로운 바퀴 자국이 있었다.
겨우 몸을 가누고 운전석 문을 열었는데 Z는 이미 조용히 조수석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진아는 곧장 그의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소파 앞의 스탠드만 켜져 있어 그의 한쪽 손바닥만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그에게 약을 발라준 다음 아프지 않도록 불어주었다.
“오늘 밤은 제트 옆에 있어 줄 수 없으니까 혼자서 푹 쉬어요. 알겠죠?”
“네.”
고분고분한 그의 모습에 이진아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꺾어온 매화를 강현우에게 가져다줘야 했다. 더 이상 약속을 어겨선 안 되니까.
이진아는 숨을 깊게 들이쉰 다음 몸을 기울여 Z의 얼굴을 감싸 쥐고 입술에 진심을 담아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차가웠지만 두 입술이 닿자마자 금세 따뜻해졌다. 그때 그가 갑자기 이진아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했다.
이진아는 황급히 물러서며 보상이라도 하듯 그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이만 가고 내일 맛있는 거 사 들고 올게요. 섣달 그믐날에 같이 밥 먹는 거죠?”
“그래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차에 돌아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긴 집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시간은 벌써 새벽 1시였고 브라운 베이까지 차로 두 시간이 걸렸다.
가는 내내 정신이 몽롱했다. 브라운 베이 앞에 차를 세웠을 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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