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2화
이도영은 병실 침대 곁에 조용히 서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소정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손끝은 허공에 머물 뿐 끝내 닿지 못했다.
소정인은 그런 이도영의 손길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자기 머리카락을 마구 움켜쥔 채 울고 있었다. 마치 바싹 마른 볏짚이라도 붙잡고 있는 것처럼, 절박하게...
이도영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마음 한구석이 참 못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는 조용히 병실을 나와 병원 흡연 구역으로 향했다. 원래는 담배를 하지 않지만, 그날만큼은 두 대나 피웠다. 입안엔 쓴맛만 맴돌았고,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왠지 낯설고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이진아였다.
“도영아,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너 외출했다고 해서, 집에 생일 선물 하나 두고 왔어.”
그 선물은 이진아가 서다혜와 함께 고른 것이었다. 분명 그의 취향일 거라 믿고 준비한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이진아는 그날 저녁, 서다혜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설 전날을 혼자 외롭게 보내고 싶진 않았을 터였다.
이도영은 손에 쥔 담배를 끄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집에 잠깐 다녀오자고 마음먹고 병원 로비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소정인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했고, 눈빛은 초점 없이 허공을 떠돌았다. 한 발 한 발 무겁게 걷던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진아... 절대 용서 못 해...”
“죽어서도, 절대로...”
이도영은 급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다. 아이를 품었던 소정인에게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도,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그 비밀을, 아직도 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진아에게도.
소정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어떤 덩굴에 사로잡힌 듯, 끊임없이 조여오고 있었다. 그녀는 한순간 폭발하듯 소리쳤고, 갑자기 이도영의 뺨을 후려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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