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1화
온석훈은 안경을 고쳐 쓰며 그가 손에 쥔 자료를 가리켰다.
“이 자료가 뭔가 수상합니다. 해외에서도 꽤나 이름 있는 회사인데 갑자기 우리와의 협업을 제안하다니 이상하죠. 그래서 조사를 해봤는데 그 회사의 평판은 꽤 괜찮습니다. 협업 상대도 전부 국내 유명한 대기업들이고요. 그런데 왜 하필 우리일까 싶어서... 원래는 대표님과 상의하려 했는데 연락이 닿질 않네요.”
이도영의 머리 속은 혼란스러워 멍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자료를 넘겨봤지만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 뒤, 그가 조용히 물었다.
“온비서, 우리 누나 말이야... 날 진심으로 아꼈을까?”
만약 정말 아꼈다면 왜 처음부터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을까, 그녀가 먼저 의심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이렇게까지 고집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을 잃기 전이나 후나 대표님은 도련님한테 늘 잘하셨어요. 딱히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이도영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혹시 죄책감 때문에 잘해주는 건 아닐까? 예를 들면 진짜 이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는 걸 숨기기 위해서 말이야.”
그는 그날 밤, 눈 덮인 작은 무덤 앞에서 보았던 글귀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건 아버지의 필체였다.
어릴 적 심하게 아팠던 누나는 아버지를 따라 여러 병원을 전전했었다. 수도권 병원들이 다 손을 들자 결국 민간요법이나 시골 의사들을 찾아다녔는데 그가 항상 의아했던 건 중환자실에 눕기 일쑤였던 누나가 시골을 다녀온 뒤로 갑자기 건강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그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문득 온석훈도 그 시절 아버지 곁에서 일했다는 걸 떠올렸다.
“온비서, 혹시 우리 누나 어릴 때 모습 기억나요?”
온석훈은 시선을 내리깔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때 대표님은 중환자실에 계셨어요. 체질이 너무 약해서 바깥 공기조차 위험했죠. 전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이도영은 옆에 있던 펜을 들어 서류에 사인을 하려 예전 누나가 했던 말이 떠올라 손을 멈췄다.
자료를 꼼꼼히 다시 살펴봤으나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온석훈의 말대로 이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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