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강현우는 아무 표정도 없이 휠체어를 조종하며 자리를 떴다.
그 순간, 이수아가 얼른 휠체어의 뒤에 섰다.
“제가 바래다줄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져.”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휠체어의 소리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물들기 시작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가슴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살면서 이런 수모를 당해본 적이 없었는데... 강현우가 감히 날 이렇게 대하다니...
이런 밤에 우연히 그녀를 만났고 두 사람이 동시에 한 그림 앞에 나타났는데 인연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빌어먹을. 강현우 이 인간은 상식을 넘어선 것 같다.
화가 난 이수아는 씩씩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누군가 그녀를 껴안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강서준이었다.
이진아한테는 싸늘한 반면 자신에게는 이렇게 열정적인 강서준을 보니 그녀는 마음속의 답답함이 많이 풀렸다.
“오빠,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갔다 온 거야?”
“그냥 갑자기 달빛이 너무 예뻐서요.”
한참 동안 키스를 퍼붓던 그가 자연스레 그녀를 안고 침대로 돌아갔다.
1년 전,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실수로 관계를 가진 뒤부터 그들은 더 이상 피하지 않았고 몸이 가는 대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조금 전에도 두 사람은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수아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서쪽 마당에 가서 좀 둘러봤어요. 여기랑 꽤 거리가 멀더라고요. 오빠, 내일 아침에 언니한테 가봐요. 이번에 언니가 전남에 온 것도 내가 이곳에 와서 농촌 지원 프로젝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강서준은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저녁에 강현우가 했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좀 불편했다.
사실 예전에 그와 이진아의 관계는 아주 좋았다. 그때는 이진아도 그를 좋아했고 그도 이진아를 좋아했었다.
게다가 이진아가 그의 목숨을 구한 준 건 사실이었다. 그 당시 이진아는 익사할 뻔했지만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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