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3화
손바닥에 닿는 그의 뺨. 이제야 좀 진정된 듯 눈동자가 맑아졌다.
이진아는 그를 쳐다보지 않아서 점점 더 이글거리는 눈빛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현우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눈을 감았다.
이진아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마치 이성과 더 깊은 내면의 감성이 서로 싸우는 듯했다.
한 시간쯤 지난 뒤, 곁눈질로 주지훈이 지나가는 걸 보더니 그녀가 재빨리 불렀다.
“지훈 씨.”
주지훈은 손에 물 한 잔을 들고 멈춰 서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밖에서 무슨 일 있었나요?”
주지훈의 시선은 강현우의 얼굴에 닿았지만 별다른 신호를 못 받았다.
“큰 사모님께서 돌아오셨는데 대표님과 서씨 가문 서이현 씨의 혼사를 원하고 계세요. 그리고 차수현 씨가 돌아가셔서 강씨 가문에서 한창 장례를 치르고 있어요.”
차수현이 사망했다고?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며칠 사라졌을 뿐인데 바깥세상은 이미 180도 바뀌어버렸다.
다만 그녀는 이곳에 갇혀 풍파가 몰아치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Z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미경조차 강현우의 혼사에 신경을 쓴다면 그녀는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로 거듭날 게 아닌가?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었고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현우 씨는 사모님 말씀을 잘 듣는 편인가요?”
만약 최미경이 한사코 그와 서이현의 결혼을 강행한다면 이진아 또한 곧장 해방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때 주지훈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렇게 잘 듣는 편은 아니에요.”
“그럼 대체 누구 말을 가장 잘 들어요?”
주변에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아무도 나서서 말리는 자가 없다고?
그렇게 좋은 결혼 상대를 놔두고 이진아를 선택하는 건 문제를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진아 씨요.”
주지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순간 이진아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 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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