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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어차피 이진아는 이씨 가문 사람도 아니었다. 이번에 회암시로 돌아가면 Z와 함께 다른 도시로 이주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하루가 지났다. 이진아가 의자에 앉아 있던 그때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진아 언니, 발은 좀 괜찮아졌어요? 약 좀 더 먹을래요?” 이 마을은 회암 시내에서부터 차로 꼬박 하루나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가장 외곽에 있는 마을이었다. 밤낮없이 이틀이나 걸은 탓에 발에 물집이 한가득 잡혀 있었다. 지금 머무르고 있는 곳은 마침 마을의 한의사 집이었다. 이진아는 양갈래 머리를 한 젊은 여자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많이 나아졌어. 고마워, 은정아.” 이진아를 거둬준 젊은 여자의 이름은 양은정이었다. 부모님이 회암 시내에서 일을 하여 어릴 때부터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한의사였기에 그녀 또한 한의학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양은정이 다가와 쪼그려 앉더니 그녀의 발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좀 나아졌네요. 그래도 당분간은 돌아다니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요.” 이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과 이렇게 편안하게 얘기를 나눈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회암시에 있을 때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이도영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팠는데 뜬금없이 강현우와 결혼까지 했다. 지금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그녀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이 마을에 들어온 첫날부터 이곳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마을이 정상적으로 발전했다면 마을에는 노인이나 아이들만 남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중년 남성들이 많았고 오랫동안 다양한 노동을 한 사람들처럼 하나같이 근육질 몸매였다. 이진아는 계속 양은정의 집에만 있었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저 멀리 걸어가는 십여 명의 중년 남성들을 보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부모님은 모두 일하러 나가셨다면서 중년 남성들은 왜 아직도 이렇게 많아? 이 마을에 다른 산업 시설은 없는 것 같던데.” 옆에서 선반 위의 약초들을 정리하던 양은정의 표정이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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