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6화
소방관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이미 손을 쓴 게 틀림없었다.
이진아는 온몸을 욕조에 담갔다. 그래야 좀 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시 후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에 묻은 물을 닦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실 그녀는 강현우를 의심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정말로 그의 짓일까 봐.
혹시 그녀가 떠난 것이 강현우의 자존심과 권세를 건드렸고 그래서 Z를 죽여 그녀에게 경고를 준 것일까?
하지만 이진아가 아는 강현우는 이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었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더 깊은 곳에서는 다른 반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트처럼 혼자만의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까 지금의 불행은 모두 내가 불러온 거야. 최근 내가 건드린 사람이 강현우밖에 없고.’
그날 강현우를 버리고 떠났을 때 그의 인내심 속에 숨겨져 있던 광기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며칠 동안 산길을 걸을 때도 그 눈빛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고 강현우가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진아는 따뜻한 물로 얼굴을 씻었다. 욕조에서 나온 후에는 산송장처럼 비틀거리며 몸을 닦았다.
모텔 주인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진아 씨, 계속 걱정이 돼서 약죽이랑 맛있는 반찬 좀 가져왔어요. 두고 갈 테니까 조금이라도 먹어요.”
이진아가 문을 열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드리워진 채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모텔 주인은 혈색이 감도는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쩐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더라니. 연예인 뺨치게 예뻐.’
그녀는 가져온 죽과 반찬을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여기 주방은 없지만 전자레인지는 있어서 데워먹을 수는 있어요. 다 새로 바꾼 거예요. 그리고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머리도 얼른 말리고요. 아 참, 이건 꼭 말해야 하는데. 새로 산 헤어드라이기가 뭐였더라? 다이... 뭐였는데. 하여튼 그 헤어드라이기 말이에요. 뭐가 그렇게 비싸요? 지금까지 살면서 몇십만 원짜리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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