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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이진아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온몸에 찬 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막 발걸음을 떼려는데 뒤에서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재빨리 몸을 피한 바람에 그녀를 밀려던 여자는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수영장에 빠져버렸다. 여자는 수영장 안에서 몇 번이나 허우적거리다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진아가 밀었어요. 이진아가 민 거예요.” 한창 신나게 놀고 있던 사람들이 곧바로 달려와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냈다. 여자는 가여운 모습으로 서서 이진아를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사람들 뒤로 숨었다. 보다 못한 누군가가 나서서 이진아를 비난했다. “사람을 물에 빠뜨리면 어떡해? 수영할 줄 몰랐더라면 이 사람 오늘 밤 여기서 죽었어. 사람이 어쩜 이렇게 독해?” “이진아, 당장 나가. 오늘 이 자리에 널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진짜 낯짝도 두꺼워. 네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이런 모임에 끼어들어? 널 너무 과대평가한 거 아니야?” 이진아의 시선이 덜덜 떨고 있는 여자에게 향했다. 여자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무릎까지 꿇었다. “진아 씨, 내가 잘못했어요. 전에 내가 서준 씨를 쫓아다녀서 진아 씨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미안해요. 하지만 오래전에 이미 서준 씨를 잊었어요.” 사람들은 그제야 이 여자가 예전에 강서준을 쫓아다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진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사람들을 둘러봤지만 서이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다 서이현이 꾸민 일일까?’ 이진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거라면 이건 너무 유치한데?’ 바로 그때 서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 씨는 현우 씨가 초대해서 온 거예요.”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서이현이 이진아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이현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덜덜 떨고 있는 여자에게 걸쳐줬다. “미안해요. 현우 씨한테 상황을 설명할게요.” 여자는 그녀를 보자 조금 안심한 듯 눈물을 훔쳤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이현 씨, 이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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