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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이진아의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을 향해 있었다. 이내 화가 난 강서준이 씩씩거리며 핸드폰을 낚아챘다. “도대체 누구랑 얘기하는 건데? 내가 묻고 있잖아. 눈멀었어? 저 여자가 나한테 꼬리 치고 있는데.” 이진아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 돌려줘.” 강서준은 마음이 더 불편했다. 차가운 그녀의 태도를 보니 왠지 모르게 자신이 매달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늘 매달렸던 쪽은 이진아였는데. 왜 이번에는 매달리지 않는 건지? 순식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를 위해서 바다에도 뛰어들었던 이진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이 어디 이렇게 쉽게 변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신경 쓰지 않는 척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 “이진아, 이번에는 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어. 누가 조언이라도 해준 거야?” 그녀는 토할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자신만만한 거지? 그녀는 단번에 핸드폰을 낚아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몇몇 여자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이진아가 낙하산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방금 강서준을 꼬시려던 여자가 입을 삐죽거렸다. “내가 이진아 저 여자보다 못한 게 뭐예요?” 옆에 있던 장서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정말 모르겠어요? 이진아는 집안이 빵빵하잖아요. 전무님과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으니 좋은 일이 있다면 다 이진아의 몫이겠죠. 그렇지 않으면 이진아한테 차례가 오겠어요? 전무님도 여자들을 많이 만나고 나니까 이진아한테 싫증을 느낀 거라고요.” 말을 마친 장서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섰다. 밖에서 그녀는 업무상 알게 되었던 다른 회사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방금 이진아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 이곳에서 오랫동안 서성이고 있었다. “장서희 씨? 방금 청바지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는 누구예요? 되게 예쁘게 생겼던데. 새로 들어온 신입인가요?” 장서희는 이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예쁜 여자들을 좋아하고 그 여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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