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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이진아는 젓가락을 쥔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래, 아마도 그렇겠지. 원래는 그렇게 생각했어. 이번 일들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난 자신 있게 내가 그 사람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믿었거든. 그런데 그 사람은 또 다른 약점을 위해서라면 나를 해외에 내버려 두고 돌아보지 않을 수 있었고 귀국한 뒤에도 며칠 동안 연락 한번 없이 지낼 수 있었어. 마치 내 생사가 그 약점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어. 이전의 나는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을까. 현우 씨는 한 번도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게 한 적이 없었어. 그러니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현우 씨에게 나조차 모를, 그렇게 깊숙이 숨겨둔 약점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내가 그 약점을 건드리면 현우 씨는 나를 밀어낼 거라는 사실까지.” 그녀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건 다 부차적인 거야. 가장 중요한 건 현우 씨가 제트를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거지. 난 그걸 용서할 수 없어. 그런데도 현우 씨에게 차마 칼끝을 들이대진 못하겠어. 예전에 말했거든. 누가 제트를 해쳤든 범인을 찾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 범인이 현우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첫 번째로 든 생각이 못 하겠다였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멀어지는 것뿐이야. 앞으로 현우 씨와 관련된 건 나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될 거야.” 이진아는 사랑과 미움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말한다는 건, 이미 결심이 섰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강현우가 눈앞에서 쓰러져도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터였다. 이론상이라면 이도영은 기뻐해야 했다. 이제 누나는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고 앞으로도 둘이 의지하며 살 수 있을 테니... 그런데도 그는 묘하게 강현우 쪽이 걱정됐다. 하여 조용히 음식을 한 입 삼키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강현우가 직접 찾아오면? 무릎 꿇고 사과를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누나를 붙잡으려고 하면 혹시 마음이 약해지진 않을 거야?” 이진아는 눈가가 조금 시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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