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7화
김해영은 손에 든 사진을 꽉 쥐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박호섭이 왔겠다고 생각했다.
박호섭은 오늘도 여전히 위엄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사진을 쥐고 있는 걸 보고 이렇게 물었다.
“무슨 사진인데 그렇게 꽉 쥐고 있어?”
김해영은 사진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박호섭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오직 박태호 앞에서만 두 사람은 매우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외부인이 없으면 남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방식이었다.
김해영은 미간을 문지르면서 다시 박태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박태호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결국 그녀도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일 박여진을 만나서 얘기할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 김해영은 박여진과 근처의 디저트 가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박여진은 오늘 아주 부드러운 분위기의 옷을 입고 왔다. 가게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해영을 보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
김해영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왔어? 여기 앉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구나.”
박여진은 자리에 앉은 후 가방을 옆에 놓았다.
김해영은 컵 안의 커피를 휘저으며 시선을 늘어뜨린 채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정훈이랑은 잘 만나고 있어?”
눈치가 빠른 박여진은 그녀와 박태호의 소문이 퍼졌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혹시 지난번 커피숍에서? 그때 태호가 요란스럽긴 했어.’
박여진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네. 잘 만나고 있어요. 정훈 씨는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있고 며칠 뒤에 제가 직접 맛을 보기로 했어요.”
김해영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 널 집에 데려왔을 때 참 앙증맞고 귀여웠어. 나랑 네 아빠 모두 너의 친부모님을 알고 있었고 그분들이 널 잘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했어.”
박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번 일이 매우 심각하다고 짐작했다.
김해영은 곁눈질로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불안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는 그녀의 표정에 김해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태호 혼자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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