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8화
박여진이 미간을 문질렀다. 어젯밤의 그 약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 머리가 아팠다.
파트너들의 일도 빨리 해결해야 했다. 그들이 더 심한 짓을 하기 전에.
골치 아픈 일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연정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우리 집으로 올래?”
그녀도 마침 갈 곳이 없었던 터라 차를 몰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연정훈이 갓 짜낸 과일 주스와 함께 아침 식사를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을 나설 때 아침을 먹지 못했다. 식탁에 앉은 박여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연정훈은 분위기가 있는 걸 좋아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도 가끔 제철 꽃을 사서 예쁜 꽃병에 꽂아 놓곤 했다.
박여진은 천천히 밥을 먹다가 도저히 두통을 참을 수 없어 옆에 있는 소파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
그 사이 연정훈은 설거지를 마치고 허리에 두른 앞치마를 벗은 다음 옆에 앉아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했다.
어느덧 점심이 되었고 햇빛이 바닥에 쏟아졌지만 박여진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채점한 시험지를 옆에 두고 박여진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박여진의 얼굴은 개성이 뚜렷했다. 화려하면서도 부유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고 웨이브 머리 때문에 카리스마가 더 넘쳐 보였다.
하지만 연정훈은 그녀가 누구보다 마음이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남의 집에 얹혀사는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일 것이다.
그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고 방 안의 커튼을 쳐 햇빛이 그녀의 눈에 비치지 않도록 했다.
그때 박여진이 눈을 떴는데 연정훈의 뒷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정훈 씨, 사람은 도대체 왜 사는 걸까요?”
그녀의 전 반생은 박씨 가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았다. 나중에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 집에서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쌓아온 것들로 이젠 충분한 자본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몇몇 파트너들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했다.
박여진이 반평생을 바쳐 추구해온 것들이 마지막에 그녀의 뒤통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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