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인사한 남자는 매우 기품이 있어 보였다. 강현우의 차가움과 서하늘의 횡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 사람에게는 호강하며 큰 경박한 기질이 느껴졌다. 이런 사람은 통제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면 강서준과 같은 바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분위기를 완전히 잡아버려 이진아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180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빠르게 다가와 그녀 곁에서 몸을 구부렸다.
“이진아, 왜 이렇게 혼잡한 장소에 나타났어? 혹시 또 강서준 때문이야?”
유승준은 오늘 밤 막 회암 시에 돌아와 시차도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아주 자유로워 보였다.
이진아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누구시죠?”
유승준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 밑의 웃음기가 싸늘해졌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현우가 소리쳤다.
“유승준.”
이진아는 그제야 그가 바로 유씨 가문의 유승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도 상류 사회에서는 핵심 인물이었다. 3년 전 집에서 강제로 혼사를 주선하자 그는 바로 도망쳐 자신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씨 가문은 당시 그를 결혼 시키기로 작심하여 결국 신부를 집에 남겨두었다고 한다
유승준이 지금 회암으로 돌아왔으니 아마 모르는 아내와 곧 만날 것이다.
이진아는 당시에 이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밖에서 유흥을 즐기는 유승준은 당시 결혼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고 출국한 지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이번에 이혼하기 위해 돌아왔을 것이다.
이진아는 바로 진정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승준 씨였네요.”
유승준은 이미 강현우의 곁에 돌아가 코웃음을 치더니 두 손으로 가슴을 둘렀다.
“너 미쳤어?”
이진아가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기억을 잃기 전에 유승준에게도 미움을 샀는지 의혹스러웠다.
유승준이 말을 이었다.
“너 전에는 우리를 또라이 보듯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봤어. 근데 오늘은 도망가지도 않아? 현우가 너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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