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이 사건 이후로 명망 높던 심씨 가문은 경성에서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군인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심도윤의 추문을 노래로 만들어 부를 정도였다.
심도윤의 치욕은 가문에서부터 군단장 앞까지 이어졌다.
군단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심도윤, 난 네가 가장 똑똑한 줄 알았는데 가장 어리석은 자였어. 남녀 간의 사랑 문제로 군인의 이미지를 이 지경으로 망가뜨리다니! 올해 진급 명단에 네 이름이 올라 있었는데 너 스스로 이 기회를 날려버린 거야.”
사무실을 나선 심도윤은 멍한 상태로 부모님의 연락을 받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아버지 따귀가 심도윤의 얼굴을 강타했다.
심도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아버지 심주혁은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너! 하영이랑 관계 끊었어? 심도윤! 사람이 양심이 이리도 없어서야 하겠나! 예전에 하영의 아버지가 전쟁에서 어떻게 너를 구해줬는지 다 잊었어? 어떻게 이런 배은망덕한 짓을 할 수 있어?”
심도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때... 소연이가 신장이 필요했는데 하영이만 조건이 맞았어요. 신장을 기증하는 전제 조건이 저와 관계를 끊는 거라서...”
심주혁은 가슴을 움켜쥐며 말을 가로챘다.
“네 말은... 임소연의 신장을 하영이가 기증했다는 거냐?”
심도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주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심도윤, 잘 들어. 하영이가 우리 심씨 가문에 빚진 건 없어. 오히려 우리가 그 아이에게 진 빚이 산더미 같은데... 네놈이 감히 부모도 없는 그 아이의 약점을 찌르며 상처만 줬다는 말이냐? 내가 죽어서 어떻게 하영의 부모님을 뵐 수 있겠어?”
이경주는 심주혁을 말리려 했지만 그 말을 듣더니 더는 말릴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실망 어린 눈빛으로 심도윤을 원망하며 바라보았다.
“도윤아, 네가 그 여자 때문에 하영에게 그렇게 심한 상처를 줬다니... 여자가 얼마나 궁지에 몰렸으면 자기의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
심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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