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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심도윤의 얼굴색은 순간 하얗게 변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별장을 뛰쳐나갔다. 송하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가 막 응급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의사는 심도윤을 향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임소연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급합니다. 신장 이식 수술을 30분 후로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기증자분께 연락 가능하신가요? 지금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심도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송하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가능합니다! 의사 선생님, 지금 바로 가능해요.” 송하영은 뺨 맞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쥔 채로 미련도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빨리 심도윤에게서, 심씨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영원히! 심도윤의 얼굴에 잠시 복잡한 표정이 스쳤지만 그래도 송하영에게 인사했다. “고마워.” 송하영은 대꾸도 없이 휴대폰을 열어 비행시간을 오후 편으로 바꿨다. 30분 후, 송하영은 수술실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두려움 대신 맑은 후련함이 고여 흘렀다. 막 수술대에 눕자마자 간호사가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선생님! 마취제가 다 떨어져서 한 사람의 양만 남았어요!” 의사는 장갑을 벗고 수수실 밖의 심도윤과 상의하러 나갔다. 한참 뒤, 송하영은 심도윤의 단호한 목소리를 들었다. “소연이는 몸이 약해서 마취 없이는 안 돼요.” 얼마 후, 의사가 들어오더니 동정 어린 눈빛으로 송하영을 바라보았다. “송하영 씨, 이 수술은 마취 없이 진행됩니다. 견디기 힘드시면 지금이라도 기증을 포기하셔도...” “괜찮아요. 견딜 수 있어요.” 예상한 결과였지만 송하영의 가슴은 얼어붙은 듯 더욱 추워졌다. 그녀의 삼촌이자 유일한 가족 심도윤은 늘 같은 선택을 했다. 송하영이 아무도 해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의사는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계속해서 송하영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수술 과정은 고통 그 자체였다. 마취 없이 신장을 적출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송하영의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드러났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를 악물고 버티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신장 기증 수술이 끝난 후 송하영은 이미 고통으로 기절한 상태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병상 옆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고 약을 갈아주러 온 간호사의 동정 어린 시선만이 그녀를 맞이했다. “깨셨어요? 그 삼촌이란 분도 너무하시네요. 애인 때문에 마취 없이 수술하게 하다니...” 송하영은 창백한 얼굴로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떠나자 그녀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 지금 당장 택시를 잡아 짐을 챙기면 공항에 도착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송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골수까지 파고드는 듯한 고통, 영혼을 후벼 파는 듯한 아픔이었다. 무수한 칼날이 그녀의 내장을 가르는 것만 같았고 매번 심장이 뛸 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심도윤에게서 벗어날 생각만 하면서 이를 악물고 침대 난간을 붙잡으며 일어섰다. 송하영은 간신히 옷을 갈아입고 오래전부터 준비해둔 ‘관계 종료 각서'를 챙긴 뒤 한 걸음 한 걸음 임소연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안에서 심도윤은 잠든 임소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등 뒤로 다가온 송하영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심도윤은 각서가 눈앞에 내밀어지고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내용을 확인한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게 무슨 뜻이야? 진짜로 나와 관계 끊겠다는 거야? 너랑은 절대 가능성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왜 자꾸 이런 생각을...” 송하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약속하신 거잖아요.” 심도윤은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묘한 초조함을 느꼈다. 결국 각서를 받아들고 사인했다. 송하영은 사인한 각서를 받아 들고서야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문을 향해 돌아서는데 심도윤이 문득 물었다. “방금 수술했는데 옷도 갈아입고... 어디로 가려고?” 얇은 옷차림의 송하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병실이 답답해서 산책 좀 하려고요.” 심도윤은 그녀의 허약한 등 너머로 흘러나온 말에 오랜만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덧붙였다. “밖에 바람도 많이 부는데 일찍 돌아와.” “네.” 송하영은 대답하면서 속으로 속삭였다. ‘심도윤! 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짐을 챙긴 그녀는 상처투성이 몸을 이끌고 한강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던 순간, 송하영은 마지막으로 이 도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녕, 12년 동안 살았던 이곳... 다시는 만나지 말자. 심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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