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3화
칠성은 궁으로 돌아온 뒤, 계속 말이 없었다. 적성루 사람들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는 생각에 마음속에 깊은 울적함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그 모습을 보고, 다섯째를 불러 아들을 위로해 주라고 했다. 부자 간에도 가끔 소통이 필요하지 않은가?
다섯째는 작은 술병을 들고 왔다. 그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남자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칠성은 아버지에게 적성루 사람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더 좋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가정을 이루고, 지금 부인과 아이들도 곁에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의 말에 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어찌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지 아느냐?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어찌 정의할 수 있지? 그들에게는, 늙어서도 젊은 날의 벗들과 함께하고, 평생을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 아들아, 인생에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현대에서도 혼인하지 않는 이들이 있지 않느냐? 아이를 낳지 않는 이들도 있지 않느냐? 그들 또한 혼인하고 아이를 낳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삶에는 양면이 있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세상 사람들이 흔히 혼인해 자식 낳아야만 완전한 삶이라고 하지만, 그 혼인 속에도 갈등과 배신, 상처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삶이 과연 진정한 행복이더냐? 반대로 혼인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자유로운 이들이라 해도, 삶의 고통과 상처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처는 혼인한 사람에게도 닥칠 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난 오히려 그들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평생 떠나지 않는 이들이 있고, 치고받고 웃고 떠들며, 북적북적하게 생을 마친다는 것. 그것 또한 행복 아니겠느냐?”
칠성은 그의 말이 적성루의 흑영 어르신의 말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인생을 이해하는 폭이 한층 넓어졌다고 느꼈다. 이전에는 늘 부모님이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을 보아왔기에, 그것이야말로 참된 행복이라 여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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