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그 말투는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균열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처음 그대로인 듯했다.
강나리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유재훈이 이 세계에 막 왔을 때, 한 번은 혼자 밖에 나갔다가 비를 맞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우산도 없고 열쇠도 없어서 비에 흠뻑 젖은 채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던 모습.
긴 머리카락은 축 늘어져 있었고 눈빛은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촉촉했다.
그때 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집에 돌아온 강나리를 바라보며 말했었다.
“너무 추워. 사람들이 나를 괴물 보듯이 쳐다보더라. 여기 사람들은 너무 무례해.”
강나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밤새 유재훈의 머리를 말려 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 감정은 완전히 사라졌고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었다.
강나리는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여긴 왜 왔어?”
“네가 좋아하던 디저트 가져왔어.”
유재훈은 여러 봉지의 케이크를 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살지 말고 나랑 돌아가자.”
이미 충분히 끝을 말했다고 생각한 강나리는 가방을 꼭 쥐며 대답했다.
“안 먹어. 이제 좋아하지도 않고. 유재훈, 이거 가져가.”
“말도 안 돼. 전에 네가 이거 제일 좋아한다고 했잖아.”
유재훈이 처음으로 현대식 데이트를 배웠을 때 새로 생긴 케이크 가게에 그녀를 데려갔었지만 그 가게는 이미 1년 전에 문을 닫았다.
“그때는 그냥 네가 실망할까 봐 거짓말한 거야.”
강나리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네. 유재훈, 넌 죄책감 때문이든, 회사를 위해서든, 아무 상관 없어. 이제 우리 사이에는 어떤 가능성도 없으니까. 나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유재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북서 지역으로 가는 거야?”
그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은 강나리는 잠시 멈칫했다.
“너랑 상관없어.”
“내가 네 남편인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
유재훈은 언성을 조금 높였다.
그 프로젝트는 강나리가 한 번 가면 오랜 시간 돌아오지 못한다.
“정말 나랑 이혼할 생각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