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강나리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만 했다.
“마음대로 해.”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유재훈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짜내 일어서려 했으나 중심을 잃고 처참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비서는 그런 그의 모습을 처음 보았지만 망설이지도 않고 급히 다가가 유재훈을 부축했다.
“고고학 프로젝트는 언제 출발하는 건데?”
유재훈의 목소리에는 깊은 무력감이 배어 있었다.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미루고 있고 서씨 가문 쪽에서도 계속 재촉하고 있어서 아마 보름 뒤쯤일 겁니다.”
“좋아. 그러면 당장 퇴원해야겠어.”
유재훈은 더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었고 두 번 다시 강나리를 잃을 수는 없었다.
비서는 말리고 싶었지만 그의 단호하고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
비록 지금 몸은 다쳤어도 유재훈은 한번 마음먹은 일을 누가 막는다고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무릎과 내상을 무시한 채,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았다.
“이 약은 효과는 빠르지만 토혈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라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유재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는 길, 무릎이 은근히 쑤셨지만 그는 약을 두세 알 꺼내 마치 사탕을 먹듯 한꺼번에 삼켰다.
“이거 몇 상자 더 사 와.”
이미 목숨을 포기한 듯한 복용법에 비서는 섬뜩했지만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회사 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회사 이야기를 꺼내 유재훈의 이성을 붙잡아 보려 했지만 그는 담담했다.
“처리해야 할 서류들은 전부 별장으로 가져와.”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뜻일지, 아니면 회사를 방치하겠다는 뜻일지를 비서는 속으로 추측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
그 후, 아무리 많은 이혼 합의서가 도착해도 유재훈은 보는 즉시 찢어버렸고 법원에도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별장에서 서류를 처리하지 않으면 강나리의 학교로 향했다.
온갖 명분을 만들어 그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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