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그 한마디에 비서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마치 이런 대답이 나올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다시 말했다.
“두 분은 그래도 부부 사이였고 게다가...”
강나리는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들었다.
제삼자인 사람들조차 이렇게 생각한다는 건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사랑이 끝났는데 제가 가면 그건 걔한테 희망을 주는 거잖아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담담한 목소리와 아무 미련 없는 태도로 그녀는 비서에게 유재훈을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
“이제 저한테 집착하지 않게 해주세요. 이혼 증명서는 아마 내일쯤 도착할 거예요.”
사실 이틀 뒷면 그녀는 북서 지역 고고학 프로젝트를 위해 출발할 예정이었다.
비서는 강나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결국 감정 문제에선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다음 날, 이혼 합의서가 도착했을 때 그는 본능적으로 그걸 서랍 가장 깊숙이 넣어 숨겼다.
큰 부상을 입은 유재훈은 열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나리는...”
그는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지? 나리는 어디 있어? 많이 다친 건 아니지?”
“괜찮습니다. 사모님은 이미 회복하셨어요. 대표님은 이틀 밤낮으로 의식이 없으셨습니다.”
유재훈의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틀이면 강나리는 곧 북서 지역으로 떠날 것이다.
“나리를 보게 해 줘.”
그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지만 며칠간의 혼수와 쇠약함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내 간호사와 비서가 달려들었지만 그는 거칠게 그들을 밀쳐냈다.
그 순간, 부딪힌 서랍이 열리며 안에 있던 이혼 증명서가 드러났고 비서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이제 정말 끝내겠다는 거구나.”
유재훈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걸 집어 들었다.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아파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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