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2화
엘리베이터로 맨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손에 쇼핑백을 몇 개 들고 있어 문을 열 여유가 없었던 고인성은 송유리를 향해 눈짓했다.
“문 열어.”
“알았어요.”
송유리는 순순히 대답하고는 현관으로 걸어가 지문을 입력해 보았다.
인식 실패라는 알림이 울렸다. 그녀는 소리 내지 않고 다시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여전히 틀린 번호라는 알림이 울렸다.
고인성은 한쪽에 서서 송유리가 한참을 만지작거리는 걸 지켜보았다.
“문 하나 여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고개를 든 송유리의 촉촉한 눈망울에 억울함이 가득했다.
“제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나 봐요.”
“매일 드나드는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송유리가 상처받을까 봐 고인성은 험한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꾹 참고는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벽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지문 인식을 시도했다.
삑, 삑.
지문 오류 알림이 울렸다.
고인성은 어리둥절한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여전히 지문 오류라는 알림뿐이었다.
고인성은 뒤돌아 송유리를 쳐다봤다.
“내 지문 삭제했어?”
송유리는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고인성은 지문 인식을 포기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예상대로 비밀번호도 틀렸다.
공기가 순간 얼어붙은 듯했다. 주변이 고요해지더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런 으스스한 분위기에 송유리의 마음은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마침내 고인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위험한 기운이 서린 눈빛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비웃듯 말했다.
“내가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집을 팔아버렸어?”
송유리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고인성을 바라보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랬어요...”
“그럼 지금 집 비밀번호가 뭐야?”
“모르겠어요...”
“넌 대체 아는 게 뭐야?”
“...”
송유리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다가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가락들은 불안하게 서로 꼬였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잘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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