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화
‘내가 역겨워?’
송유리는 몰래 두 눈을 희번덕거리고는 고인성의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고인성은 원래 짐이 많지 않았는데 같은 방을 쓰게 되니 그녀의 물건들로 가득 찼다.
심지어 택을 뜯지 않은 새 가방과 옷들도 여러 개 있었다.
상남자들은 여자에게 뭘 사주는 걸 꺼린다는데 고인성은 왜 이렇게 사들이길 좋아하는 걸까? 언제 어딜 가나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물건만 보면 일단 저지르고 봤다. 하도 많아서 택을 뜯지 못한 것도 수두룩할 지경인데 말이다.
가끔은 이 남자가 자신을 인형처럼 키우는 게 아닐까 의심해본 적도 있었다.
속옷 챙기러 갔는데 그 코너에 이상하고 야한 속옷들이 한두 개씩 보였다.
그녀는 감히 쳐다보지 못한 채 귀여운 땡땡이 속옷과 순면 잠옷만 챙겨서 욕실로 들어갔다.
고인성의 욕실은 그녀의 욕실보다 훨씬 컸다.
몸에 잔뜩 밴 훠궈 냄새 때문에 욕조에 담갔다가는 더 짙어질까 봐 오늘은 욕조 말고 그저 샤워기로 샤워했다.
고인성과 함께 잘 걸 생각하면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
그녀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욕실에서 나왔다.
“다 씻었어요. 인성 씨 차례예요...”
하지만 고인성은 어느새 잠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서 아이패드로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그녀를 보더니 시선을 살짝 올리고 대답했다.
“옆방에서 씻고 왔어. 자자 얼른.”
고인성은 일부러 오른쪽에 앉아서 왼쪽 자리를 그녀에게 남겨주었다.
지난번에 고인성과 얘기를 나누다가 얼떨결에 함께 자게 되었는데 그때 송유리가 왼쪽에서 잠들었다.
그녀는 확실히 왼쪽에서 자는 걸 더 선호했다.
송유리가 조심스럽게 올라오자 커다란 침대가 움푹 파였다. 그녀는 자리에 누워서 몰래 고인성을 쳐다봤는데 이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이패드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옆에 누웠다고 해서 집중력이 분산되진 않았다. 잘생긴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진지하게 업무에 몰입할 따름이었다.
‘내가 괜한 생각 한 걸까?’
그도 그럴 것이 고인성처럼 훌륭한 남자가 어떤 여자인들 못 만나봤을까? 아예 그쪽으로 생각한 적도 없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