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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씨 저택으로 돌아온 그날 밤부터 이서하는 곧바로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앓아누운 뒤에야 그녀는 겨우 흰죽 몇 숟갈을 넘길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이서하는 이 집에 남아있는 자신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해 여행 가방에 넣으려 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강태민이 굳은 얼굴로 들어와 다짜고짜 이서하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나연이 어머니가 용연초를 먹자마자 토하고 설사를 하는 건데? 그걸 먹으면 다 좋아진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상태가 더 심각해지는 거야?” 이서하는 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용연초는 네가 직접 가져간 거잖아. 사고 나니까 이제 와서 나한테 책임을 묻는 거야?” “이서하, 네 수법은 너라는 사람만큼 더럽네. 나연이 어머니가 무사하지 않으면 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이서하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지금, 강태민의 혐오 어린 눈빛은 날 선 칼이 되어 그녀를 수천 번 베어내고 있었다. 이내 그가 손짓을 하자 곧바로 경호원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반성을 못 하겠다면 병원 입구에 가서 무릎 꿇고 있어. 나연이 어머니가 위험에서 벗어날 때까지.” 이서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나더러 가족을 죽인 살인범의 엄마한테 무릎을 꿇으라는 거야?” “사람은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꼭 치르게 돼 있어.” 이서하는 그 말에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너랑 결혼한 거야.” 강태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 그리고 내 허락 없이는 일어나지 못하게 해.” 이서하는 마치 대역죄인처럼 끌려 병원 정문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무릎을 꿇지 않으려 버티자 경호원이 이서하의 종아리를 세차게 걷어찼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서하는 수많은 조롱 어린 시선 속에서 병원 입구에 무릎을 꿇었다. “저 사람, 유명한 천재 의사 이서하 아니야? 지금은 죄인처럼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남자랑 몰래 만나다가 직권 남용해서 환자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던데? 진짜 벌받아 마땅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에 이서하는 온몸의 피가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서하는 아침부터 밤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성나연이 병원 문을 나섰다. “이 선생님, 저희 엄마는 이제 위험에서 벗어났대요. 제가 태민이한테 부탁해서 이제 선생님을 집에 보내라고 할게요.” 그 말이 끝나자 이서하의 주머니 속에 있던 폴더폰이 한번 진동했다. [이 선생님, 사단장님과의 이혼 절차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이혼 증명서는 이미 사람을 보내 전달했습니다.] 변호사에게서 온 메시지에 이서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떠날 수 있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성나연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의 결말이 어떤지... 제가 똑똑히 지켜볼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서하는 허리를 곧게 편 채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병원을 떠난 이서하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가방을 들고 자신을 5년 동안 가두어 두었던 집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봤다. 솔직히 미련은 없었기에 그녀는 그대로 강씨 가문의 대문을 나섰다. 그때, 한 대의 승용차가 이서하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이윽고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하 씨, 오랜만입니다.” ... 한편, 강태민은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김연희의 주치의가 진단서를 들고 다가왔다. “사단장님, 검사 결과에 따르면 김연희 씨는 지시를 어기고 기름진 음식을 다량 섭취해 급성 장염이 발생한 겁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의사는 진지하게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 선생님의 수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강태민은 그 말에 멈칫했다가 뭐라 물어보려는 순간, 비서가 허둥지둥 달려오며 폴더폰을 내밀었다. “사단장님, 큰일 났습니다.” 강태민이 급히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태민아, 큰일 났어. 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유리 파편이 심장에 박혔대. 지금 당장 수술이 필요한 사랑인데 위치가 너무 위험해서 수술하겠다는 의사가 없어.” 강태민의 눈빛은 그 말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있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울의 외과 의사들 중 이 수술을 감히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선생님뿐입니다. 비록 손은 망가졌지만 수술실에 같이 들어가서 어시를 한다면 아주 조금의 희망은 있습니다.” 강태민은 의사의 말에 당장 사람을 시켜 이서하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모두 같았다. “이서하 씨는 서울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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