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군부대 병원, 이서하는 해외에서 돌아온 젊은 인재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부대 병원 외과 최연소 과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수많은 대형 수술을 직접 집도해 온 그녀의 두 손은 의사로서의 생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귀한 손이 지금은 누군가의 군화에 짓밟힌 채 가차 없이 짓이겨지고 있었다.
그 발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이서하의 남편이자 부대 사단장인 강태민.
그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각 잡힌 군복은 흐트러짐 하나 없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그리고 닫힌 문 너머에서는 이서하의 여동생이 몇 명의 사내들에게 밀려 침대에 눕혀지고 있었다.
이내 이서하의 귀에는 공포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 도움조차 제대로 청하지 못한 채 내뱉는 절규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 소리 하나하나가 지금 이서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만들었다.
“이서하, 지금 당장 가서 나연이 엄마 수술을 도와줘. 만약 거부한다면 바로 네 여동생 방문을 열 거야. 그러면 서울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지금 네 여동생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되겠지.”
이서하는 이를 꽉 깨물고 핏발이 선 눈으로 강태민을 쏘아보며 물었다.
“강태민,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