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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제야 심윤서는 자신의 얼굴 화장이 지워졌음을 알아챘다. “그게...” 심윤서가 입을 열려는 순간 진우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 그래도 괜찮아. 남 따라 화장은 왜 해?” 심윤서는 창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얼굴의 화장이 번져 한데 뒤섞여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전우빈은 당연히 그녀가 예뻐지려고 진한 화장을 했다가 비에 씻겨 번진 거로 생각했다. 심윤서는 이쁜 얼굴 때문에 결국 어머니까지 잃게 되었고 그 얼굴이 그녀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 왔기에 일부러 추한 화장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숨겨올 수밖에 없었다. 심윤서는 냉소를 지었다. 4년 전 심윤서는 어머니와 Y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한 화교 부잣집 도련님에게 첫눈에 반해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평소처럼 그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화교의 약혼녀가 Y국 마피아 보스의 딸이었고 상대방은 화가 나서 심윤서를 납치해 버렸다. 위급한 상황에 심윤서의 어머니는 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그로 인해 심윤서는 멘붕과 자책에 빠졌고, 얼굴과 신분을 숨긴 채 자신의 노력으로 부산의 천경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전우빈을 만나기 전까지 심윤서는 평온한 삶을 원했고 연애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전우빈에 대한 마음이 커지며 심윤서 역시 자신의 본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죽기 전 피범벅이 된 모습이 떠올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전우빈은 심윤서에게 점점 잘해 주었고, 심윤서는 자신의 외모와 가문과 상관없이 오직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찾게 되었다고 착각했다. 심윤서는 이제야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아팠다. 마침 사감 선생님이 걸어오며 전우빈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왜 아직도 안 갔어? 내가 말했잖아 강하연 학생 잘 돌봐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심윤서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전우빈이 자신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강하연을 바래다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심윤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전우빈, 너한테 난 대체 뭐야? 나 좋아한 적이라도 있어?” 전우빈은 냉랭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심윤서, 그게 중요해? 네가 나 좋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순간 심윤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심윤서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전우빈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받아준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최고의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했다. 심윤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우빈, 우리 헤어져.” 순간 전우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뭐라고?” 심윤서는 전우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그날 밤 그녀는 이불 속에서 홀로 밤새 울었다. 다음 날 아침, 심윤서는 화장으로 부은 눈을 가린 채 기말고사에 참석했다.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모두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문득 누군가의 고함이 들려왔다. “뭐 하는 짓이야!” 심윤서도 정리를 마치고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 교실 입구에 당시 그녀를 창고에 가뒀던 사람들이 한 줄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부산에서 잘 나가는 집안 자제들이었고 심윤서를 가둔 것은 레이싱에서 전우빈에게 진 후 그녀에게 화풀이한 것이었다. 전우빈은 담배를 물고 그들 앞에 서 있었고 평소 거만하기 짝이 없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무릎 꿇은 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 전우빈은 심윤서를 보자마자 미소 지으며 허리를 굽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 대신 복수했어. 이젠 화내지 마.” 전우빈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행동에 심윤서는 어이없었다. “내가 너랑 헤어지려는 이유가 고작 네가 나 대신 나서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어?” 전우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 “그러면 그게 아니었어?” 심윤서는 인공 호수에서 전우빈이 사람을 내리누르고 마구 때리던 모습, 그녀가 창고에 하루 종일 갇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을 때, 깨어났을 때 전우빈이 게임을 끝까지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심윤서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절대 복수가 아니었다. 전우빈의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는 너무도 선명했다. 심윤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곁에 서 있던 전우빈의 친구가 먼저 말했다. “심윤서, 적당히 해. 우빈이가 너 대신 이들을 다 혼내 줬잖아.” 심지어 심윤서네 반 친구들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윤서야, 그만 해. 이 정도면 됐어.” 그제야 심윤서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이야? 못생겼고 집안도 평범하면 평등한 관계를 요구할 자격조차 없다는 거야? 이런 관계라면 나도 필요 없어.” 심윤서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갔다. 전우빈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심윤서는 그의 손을 뿌리쳤고, 그녀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뒤에서 울려 퍼진 날카로운 의자 끄는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맨 뒷줄에 앉아 있던 강하연이었다. 강하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들아, 중간고사도 끝났는데 다 같이 옆 KTV 가서 축하해. 그리고 전우빈, 너랑 네 친구들도 같이 와. 어제는 고마웠어.” 심윤서는 결국 전우빈과의 사이가 강하연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강하연의 초대를 거절해 그녀를 난처하게 할 수는 없었다. 모두 술을 마시며 게임을 했고 진 사람은 카드를 뽑아 미션을 하거나 술을 마셔야 했다. 심윤서는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체육부장이 게임에서 져서 미션 카드를 뽑았는데 큰 소리로 내용을 공개했다. “자리에 있는 흰색 옷 입은 여학생이랑 1분 동안 키스하기!” 체육부장이 계속하여 읽었다. “자리에 흰색 옷 입은 여학생이 한 명 이상이면 본인의 왼쪽 상대가 키스 상대를 선택해 주기!” 우연히도 체육부장의 왼쪽에는 전우빈이 있었다. 전우빈의 친구들이 떠들어댔다. “전우빈, 네가 정해. 강하연이야? 심윤서야?” “미리 말하는데 다들 놀이는 제대로 해야 해. 강하연이든 심윤서든 뽑히면 다 협조해야 해.” 떠들썩한 가운데 강하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전우빈의 얼굴에도 불쾌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전우빈이 살짝 웃으며 아무 일도 아닌 듯 내뱉었다. “그럼, 심윤서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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