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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장

그때의 박지헌은 따뜻했다. 강압적이고, 예리하며,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자신감 속에서도 그녀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했다. 그래서 강하나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줄 사람을 드디어 찾았다고 믿었기에.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너무 낯설었다. 계산적으로 그녀를 이용하고 상처를 주기만 한 이 남자가 과연 그녀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스물셋이면 동화 같은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날 때도 됐다. 이제부터는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 이 차가운 세상을 스스로 견뎌야 한다. “지헌 씨, 최소한 우리가 함께했던 3년 동안은 좋은 기억들도 많았잖아. 이렇게 저급한 방식으로 끝을 망쳐서 그 소중한 시간마저 아무 가치 없는 걸로 만들지 말자, 응?” 강하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둔 후 다시 눈을 뜨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깔끔하게 헤어지자. 앞으로는 각자 잘 살아가면 돼.” 박지헌의 호흡이 순간 멈췄다. 그를 엄습하는 통제할 수 없는 불안감.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왔다. 몸이 떨리는 걸 막을 수 없었고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손아귀의 힘도 더욱 강해졌다. 지금 손을 놓아버리면 그녀가 영영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하나야, 무슨 말을 하든 내 대답은 단 하나야. 절대 이혼하지 않아.” 강하나는 손목의 통증을 애써 참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그건 지헌 씨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박지헌은 갑자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무슨 소리야? 나는 네 남편이야.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이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해졌다. “네가 나를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내가 바보처럼 아무런 대비도 안 해뒀을 거라 믿는 거야?”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요즘 네가 아버지 회사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던데, 그쪽 세무 문제가 꽤 심각해. 회계 장부를 조작한 증거, 내 손에 있어. 만약 그걸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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