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네가 단호하게 절대 아니라고 말해 줘야 내가 시름을 놓지.”
소채윤이 농담 섞어 말했다.
수년 동안 쌓인 좋은 기억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서지수는 본디 정이 깊은 사람이다.
서지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굳이 단호하게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신경 쓰지 않는 일이야.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그냥 자기기만이겠지.”
소채윤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혼 절차만 끝나면 그녀를 데리고 자유롭게 잘 생각이었다.
그때 진수혁이 또 끼어들려 하면 당당히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그때쯤이면 부부도 아니니까.
잠시 수다를 나눈 둘은 곧 각자 일에 몰두했다.
소채윤은 소태섭과 두뇌 싸움을 벌였고, 서지수는 짬을 내어 아르바이트로 일러스트를 그렸다.
주말은 그렇게 흘러갔다.
예전에는 집에만 있어서 주말이 빠르다는 걸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주말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쉬기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 버린 기분이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소채윤이 서지수 대신 아이를 데리러 왔다.
겉으로는 할 일도 없고 엄마 노릇 한번 해 보고 싶다면서, 막상 별로면 나중에 애는 안 낳겠다고 했다. 서지수는 그녀가 도와주려는 걸 알기에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회사에 도착한 서지수는 의욕이 넘쳤다. 빨리 프로젝트를 끝내서 인센티브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열정은 깨졌다.
오전 9시 반, 소유리가 진수혁과 함께 회사에 나타났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소유리는 미소를 띤 채 업무 구역으로 들어와 전했다.
“진 대표님이 여러분 회의실로 오라셨어요.”
월요일 9시 30분과 금요일 3시 30분은 회사 정기 회의 시간이다.
그런데 낯선 소유리 때문에 다들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누구야?”
“몰라, 단 부장님이 진 대표님한테 붙여 준 비서 아니야?”
“글쎄, 회의 때 소개하겠지.”
사람들이 소곤대며 회의실에 들어섰다. 모두 노트와 펜을 들고 자리에 앉았고, 아직 비어 있는 상석을 바라보며 괜히 긴장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진수혁이 들어왔다. 머리는 한 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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