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바랜 사랑바랜 사랑
By: Webfic

제9화

강지수는 해외로 온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는 집안의 커튼을 열어본 적이 없었고 방 안에만 가만히 앉아 하루 종일 멍만 때렸다. 자신이 왜 축 처져 있는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곁에 현재현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록 현재현을 그녀의 인생에서 도려냈지만 너무도 뼛속 깊이 침투한지라 이미 그에게 습관 되어 있었다. 윤이영은 그런 그녀에게 자주 외식하자고 제안했고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습관처럼 텅 빈 옆을 보며 말했다. “여보, 이거 맛있다. 나중에 집에서 만들어줘.” 그럴 때마다 윤이영과 그녀는 놀라곤 했다. 밤에 잘 때도 습관처럼 옆에 있는 사람을 끌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텅 빈 자리를 만질 때마다 그녀는 눈을 뜨게 되었고 그 뒤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도 적응되지 않았다. 그녀의 옷은 늘 현재현이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옷에 어울리는 향수도 미리 뿌려주었다. 그 몇 년 동안 현재현의 세심함은 그녀의 생활 곳곳에 배겨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색의 실이었지만 이제는 풀 수 없는 하나의 천이 되었다. 그랬기에 그녀에겐 혼자의 삶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어떻게든 그녀의 인생에서 현재현이라는 존재를 지워내야 했다. 3개월이 더 지나니 그녀는 새로운 삶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취미 생활도 시작한 뒤로 현재현을 떠올리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녀는 대학교에 다시 다니면서 소프트웨어공학과 인공지능 두 전공을 복수 전공으로 이수했다.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너무도 재밌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법의 세계에선 모든 것이 분명했고 규칙만 익히면 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그 손에 잡히는 듯한 현실감과 안정감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졸업 후 줄곧 프로그래밍과 연관된 일을 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그녀는 요즘에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또 3개월이 지난 후 드디어 연구 개발이 끝났다. 그녀는 이번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