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목소리는 쉰 듯 낮게 가라앉았으며 때로는 목메어 흐느끼고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온몸을 떨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짓말로 얼룩진 그 납치 사건과 심씨 가문이 어떻게 갖은 꾀를 부렸는지 그리고 심수아가 어떻게 연기를 펼쳤는지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진나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어떻게 한 줄기 빛처럼 자신의 딱딱한 세계를 꿰뚫고 들어왔는지 털어놓았다.
그녀의 미소와 그녀의 부드러움 그리고 흔들림 없이 지켜온 십 년의 시간과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어떻게 심수아라는 사기꾼의 거짓말에 속아 진나연을 끝없이 해치고 짓밟아 망가뜨렸는지를 고백했다.
그는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말했고, 유골이 폭죽이 된 일, 생매장당한 일, 각막을 빼앗긴 일을 이야기했다.
이야기할수록 그의 얼굴은 한층 더 하얗게 질렸다. 온몸은 마치 잔혹한 능지처참 형을 당하듯 격렬하게 떨렸다.
“나연아... 미안해... 너에게 정말 미안해... 나는 짐승보다 못해... 나는 사람이 아니야...”
그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때 북성시 사법계를 떨치며 늘 냉철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이던 그 남자는 카메라 앞에서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의 모습은 너무나 나약하고 한 방에 무너질 것만 같았다.
영상의 마지막에 그는 간신히 병상에서 몸을 일으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카메라를 향해 한 번 또 한 번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절했다.
쿵! 쿵! 쿵!
둔탁한 충격음이 고요한 병실 안에서 메아리쳤다. 이마뼈와 마룻바닥 타일이 부딪치는 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선홍색 피가 그의 이마에서 곧장 흘러내려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고 창백했던 그의 얼굴과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그는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오로지 기계적이고 절망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했다. 마치 이런 자해하는 방식으로 그의 모든 죄악에 대해 속죄하려는 듯했다.
“나연아... 용서해줘... 제발... 기회를 줘... 남은 삶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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