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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아...!” 공연장이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른 진나연은 이 순간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 진나연은 마치 분노한 암사자처럼 심수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심수아! 널 죽여버릴 거야! 이 악마, 미친년!!” 진나연에게 목이 졸린 심수아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기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헐레벌떡 달려온 민도준은 눈앞의 장면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망설임 없이 진나연을 세게 밀쳐냈다. 갑작스러운 밀침에 균형을 잃은 진나연은 비틀거리다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팔꿈치와 무릎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민도준은 진나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계속 기침을 해대는 심수아를 급히 부축하며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수아야, 괜찮아?” 나약한 얼굴로 민도준의 품에 기댄 심수아는 눈물 어린 눈으로 진나연을 가리키며 흐느꼈다. “도준 오빠... 나는 언니의 죽은 엄마 유골이 하늘에서 두 사람의 행복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 좋은 뜻으로 그런 건데 언니는 오히려 고마워하기는커녕 나를 죽이려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민도준은 질책하는 눈빛으로 진나연을 바라봤지만 일단은 먼저 심수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하고 그래! 다음부터 절대 하지 마!” '다음부터 절대 다시 하지 말라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진나연은 가벼운 한마디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뒤 극도의 분노와 슬픔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 뼈를 재로 만들었어! 그걸 불꽃놀이로 터뜨려 버렸다고! 그런데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말라는 한마디면 끝이야? 민도준, 그분은 내 엄마야!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내 엄마라고!” 광기 어린 울부짖음을 터뜨린 진나연은 모습이 너무 비참해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진나연이 무너지는 모습에 눈에 잠시 복잡한 감정과 안쓰러움이 스친 민도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하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연아, 진정해. 네가 힘들다는 거 알아. 하지만 수아는 그냥... 그냥 너무 버릇없이 자라서 판단력이 부족할 뿐이야. 내가 수아더러 사과하라고 할게. 그리고 네 어머니의 무덤도 다시 잘 정비해 줄게. 너는...” “도준 오빠, 아파... 목이 아파 숨을 못 쉬겠어...” 심수아가 때맞춰 민도준의 말을 끊더니 목을 감싸 쥐고 낮은 소리로 신음했다. 심수아에게 정신이 팔린 민도준은 얼굴에 바로 긴장한 기색이 피어오르더니 심수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무서워하지 마.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 그러고는 심수아를 안고 급히 떠났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져 피범벅이 된 진나연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한때 진나연이 종이에 손가락을 베어 작은 상처라도 나면 민도준은 극도로 긴장하며 직접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 심수아 앞에서는 진나연이 아무리 다쳐도 민도준은 외면했다. 어머니가 죽은 후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이런 큰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 범인은 멀쩡히 활보하고 있는데 자신은 도움의 손길도 복수의 길도 찾을 수 없다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진나연은 차가운 옥상에 주저앉아 아직 하늘에 흩어지지 않은 불꽃놀이의 잔재를 바라보며 절망과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미친 듯이 연회장으로 달려 들어간 뒤 주변의 비명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과 의자를 뒤엎고 컵과 접시를 깨부수며 눈앞의 모든 화려한 것들을 산산조각 냈다. 완전히 기진맥진해진 후 김빠진 인형처럼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깊은 밤, 민도준이 돌아왔다. “네가 연회장을 다 부쉈다며?” 소파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진나연 앞으로 걸어간 민도준은 기쁨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아가 확실히 좀 버릇없고 무례하게 행동한 거 알아.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하면 마음껏 부숴. 손해는 내가 부담할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진나연은 그저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그제야 진나연의 팔과 무릎에 난 상처와 멍을 발견한 민도준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다쳤어? 어떻게 된 거야?” 천천히 손을 내린 진나연은 쉰 목소리로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 “네가 밀쳤을 때 넘어져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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