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5화

갑자기 온몸이 굳어진 민도준은 얼굴에 당황, 죄책감, 그리고 안쓰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더니 다급히 설명했다. “나연아, 아까는... 아까는 정말 급한 마음에 네가 혹시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무서웠어!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믿어줘!” 진나연이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민도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보상하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나도 알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널 돌볼게. 그리고 앞으로는... 최대한 수아와도 만나지 않을게. 수아 목숨이 위험할 정도가 아니면 절대로. 응?” 천천히 고개를 든 진나연은 자신이 8년 동안 사랑했고 한때는 신처럼 여겼던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설명, 그의 약속 모든 것이 지금 진나연의 귀에는 너무나 우습게 들렸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도준은 정말로 말한 대로 그 이후 며칠 동안 집에 머물며 진나연과 함께 있었다. 모든 불필요한 업무 약속을 취소하고 진나연이 좋아하던 음식을 요리하며 서툴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달래려 했다. 그러면서 진나연 곁에 앉아 업무를 보는 척하며 가끔 말없이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진나연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진나연은 영혼을 잃은 인형처럼 주변의 모든 것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민도준의 다정함이 지금 진나연의 눈에는 그저 악어의 눈물일 뿐이었다. 늦게 온, 그리고 값싼 위로일 뿐이었다. 그날 법원에 중요한 사건이 있어 민도준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야 했다. 그는 떠나기 전 거듭 당부했다. “나연아, 금방 돌아올게. 너는 집에서 푹 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진나연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민도준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별장의 초인종이 울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진나연은 심수아가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을 데리고 거만하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진나연은 메마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하러 온 거라면 필요 없어.” 심수아는 마치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사과? 진나연, 너 아직도 꿈꾸냐? 나 너한테 복수하러 온 거야!” 그러더니 진나연 앞으로 걸어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봤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나를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웠어. 하늘의 별을 따 달라고 하면 해를 줄 기세였지. 그때 나를 농락한 유괴범도 지금은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어. 그런데 네가 감히 내 목을 졸라? 내 목을 감히 조른 사람? 네가 처음이야.” 진나연에게 바짝 다가간 심수아는 한 글자 한 글자 독사가 혀를 날름이듯 계속 속삭였다. “네가 가장 잔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말을 마친 뒤 한 걸음 물러서며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저 여자, 끌고 가!”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공포에 질린 진나연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한 여자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잘 훈련받은 경호원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진나연의 입을 틀어막은 뒤 무자비하게 별장에서 끌고 나와 검은 봉고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한참을 흔들거리며 달린 차는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차에 있는 진나연을 끌고 내려왔다. 눈앞에 황량한 교외가 펼쳐져 있었고 땅에는 어느새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으며 옆에는 섞어놓은 시멘트가 쌓여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생매장하려는 건가? 무한한 공포가 진나연의 온몸 구석구석에 퍼졌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울부짖었지만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진나연의 입을 무자비하게 틀어막은 뒤 깊은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흙이 진나연의 얼굴을 덮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탁한 물기를 머금은 차가운 시멘트가 한 삽, 한 삽씩 진나연의 발목, 종아리... 그리고 가슴까지 빠른 속도로 덮었다. 시멘트 무게와 공포로 인해 숨이 점점 더 가빠졌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절망감도 이 시멘트처럼 그녀를 완전히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의식이 흐려지며 이제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멀리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민도준의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그만해!!” 진나연은 흐릿한 시야로 민도준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몇 번의 동작으로 경호원들을 제압하더니 망설임 없이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어 아직 완전히 굳지 않은 시멘트를 손으로 마구 파헤쳤다. “나연아! 나연아! 너무 무서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으니까! 나를 봐!” 민도준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공포와 떨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내 차가운 진흙투성이가 된 진나연을 꼭 끌어안았다. 진나연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극도의 공포와 잠시 찾아온 안도감이 뒤섞이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익숙한 소독약 냄새를 맡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옷은 어느새 깨끗한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시멘트에 묻혀 질식할 뻔했던 그 공포와 느낌은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해 생각만 하면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진나연의 침대 곁에 앉은 민도준은 눈에 핏발이 서 있었고 목소리에는 그녀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안도감이 가득했다. “나연아, 깼어? 컨디션은 어때? 무서워하지 마. 다 끝났어. 내가 여기 계속 있을게.” 민도준의 걱정 어린 표정을 바라본 진나연은 허약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도준... 너도 봤잖아... 심수아가 나를 생매장하려 했어! 이건 고의 살인이야! 증거도 확실해! 너 아직도 심수아를 내버려 둘 거야?” 진나연의 손을 잡고 있는 민도준은 손등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진나연의 뜨겁고 간절한 눈빛을 피하며 잠시 침묵하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연아, 수아는... 그냥 너무 오냐오냐 자라서 성격이 제멋대로일 뿐이야. 행동도 기분에 따라 하는 거고. 앞으로는... 내가 잘 타일러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그리고 수아도 이미 대가를 치렀어. 네가 병원으로 실려 온 바로 그날 감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서... 시력을 완전히 잃었어.” 잠시 말을 멈춘 후 진나연의 표정을 살피더니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수아가 성격이 워낙 강한 애라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병실에서 자살하려 하고 있어. 상황이 아주 위급해. 그래서 그러는데... 나연아, 네... 눈의 각막을 수아에게 기증해 줄 수 있을까?”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