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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아기를 잃고 정신이 몽롱한 틈에 우연히 그들 셋의 대화를 듣지 못했더라면 강유나는 평생 이 비밀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오빠들은 나를 너무 사랑해 주는 거 같아요. 내 한마디에 언니 뱃속 아기가 없어졌잖아요. 만약 언니가 깨어나서 힘들게 가진 아기가 없어진 걸 알면 화내지 않을까요?” 심서원은 거만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고 있었고 먹빛의 눈동자에는 조롱이 스쳤다. “강유나가 어떻게 감히 우리 애를 가질 자격이 있어? 우리는 진작에 피임약을 먹였는데 그저 운이 좋았던 거지. 늘 강유나가 온갖 수작으로 유혹하니까 우리가 한 번씩 들어준 것뿐이야.” 무심하게 고개를 들며 심서진도 입을 열었다. 입에서 떨어지는 말은 살얼음처럼 차갑고 잔인했다. “하지만 이미 의사에게 자궁을 적출하라고 지시 내렸으니까 앞으로 강유나는 평생 임신 못 할 거야.” 하시안은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아쉽기는 해요. 그 아기가 서진 오빠와 서원 오빠 중에 누구 아기인지 모르잖아요.” 그 순간 강유나는 자신이 7년 동안 두 형제의 아내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역겨운 일, 더 분노할 일이 있을까. 분노가 심장을 때리고 자궁에는 대량 출혈이 일어났다. 구급 조치도 소용없었고 결국 그녀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 눈을 다시 뜬 순간, 강유나는 심서원과의 신혼 첫날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보고 심서원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왜 나를 그렇게 봐?” 강유나는 5년 전을 떠올렸다. 강유나와 하시안의 신분이 밝혀지고 난 뒤, 강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혼약은 자연스럽게 강유나에게 넘어왔다. 어릴 적 신분이 바뀐 탓에 친부모 앞에서도 어색하기만 했던 강유나였다. 하물며 강씨 가문은 재벌가였고 보육원에서 자란 그녀가 상류사회 예절을 알 리 없었다.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였고 사람들에게 무시도 많이 당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를 지켜준 건 늘 심서원이었다. 사람들이 비웃을 때면 강하게 등 뒤로 감싸안아 줬고 조롱할 때면 대신 나서서 통쾌하게 되받아쳤다. 차가운 겉모습 뒤에 숨은 그의 다정함에 강유나는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부모님께서 쌍둥이 형제 중 누구를 택할 거냐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심서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심서원은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속으로는 전혀 원하지 않았고 결혼 후 7년 내내 심서진과 번갈아 가며 그녀를 속여왔다. 가슴을 찢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강유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심서원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먼저 쉬고 있어. 나는 형한테 좀 다녀올게.” 순간, 강유나의 심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전생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설마 신혼 첫날 밤을 함께 보낸 사람은 애초에 심서원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강유나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을 억누르며 몰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오늘이 신혼 첫날 밤인데 나보고 들어가라고?” “신혼 첫날 밤이면 뭐 어때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안뿐이야. 게다가 이번 주는 원래 내 차례였어.” “그럼 너희 신혼 첫날 밤은 어쩌고? 나보고 강유나와 같이 보내라는 거야?” 심서원은 심서진에게 옷을 바꾸자는 손짓을 보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차피 강유나는 시력이 안 좋아. 오늘 아침에도 안약을 넣었으니 시야가 완전히 흐릿해서 우리를 구분하지 못할 거야. 네가 하든 내가 하든 똑같아.” 옷을 벗어주며 심서진은 차갑게 말했다. “그러니 네가 대단하다는 거지. 우선 교통사고를 조작해 강유나의 눈을 다치게 하고 곁에서 보살펴 주는 척하면서 매일 시력을 손상시키는 안약을 넣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 줄이야. 그게 없었으면 이 ‘거래’도 이렇게 순조롭지 않았을 거야.” 옷소매를 정리하며 못마땅하다는 듯 심서원이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억지로 우리보고 강유나와 결혼하라잖아. 게다가 잘 대해줘야 하고 이혼은 안 된다고 강요하시니 이런 방법밖에 없지.” 강유나의 머릿속이 폭풍처럼 요동쳤다. 너무 큰 충격에 몸도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결혼을 약속한 날 그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거의 실명할 뻔했었다. 그때 심서원은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돌봐줬다. 큰돈을 들여 치료제를 연구하게 하고 직접 안약을 넣어주며 그녀에게 감동을 줬다. ‘그 모든 다정함이 전부 함정이었다니.’ 더 끔찍한 건 전생에서 강유나와 신혼 첫날 밤을 보낸 사람은 애초에 심서원이 아니란 것이었다. ‘심서원...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강유나는 도망치듯 별장에서 나와 배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저 결심했어요. 선배와 같이 전쟁 지역에 갈래요. 앞으로 10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파견에 지원할래요” 늘 가볍기만 하던 배지후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유나야, 전에는 평생 심서원의 곁에 있고 싶다고 했잖아?” 강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요, 평생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고요.” 심서원이 강유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녀도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들 셋이서 벌이던 사랑놀이에 더는 끼고 싶지 않았다. 배지후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그래. 15일 뒤에 경인 공항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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