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잠시 후,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경매품이 등장하는 순간, 강유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거의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첫 번째로 경매에 올라온 것이 바로 그녀의 누드 사진이었다.
‘심서원은 사진을 이미 삭제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그는 또다시 그녀를 속인 것이다.
경매장은 순식간에 술렁였고 수많은 경멸과 조롱, 그리고 음험한 시선들이 강유나에게 쏠렸다.
“사생활 누드 사진, 시작가는 2억 원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들뜬 얼굴로 패들을 들었다.
“4억.”
“6억. 심씨 가문 둘째 부인의 누드 사진이라니 얼마나 신선해? 나는 가져다가 침대 머리맡에 걸어둘 거야.”
“16억. 다들 나랑 경쟁하지 마.”
가격이 끝없이 치솟는 것을 보며 강유나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절망적인 시선으로 심서원을 바라보며 간절히 말했다.
“심서원, 도와줘. 제발...”
하지만 심서원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고 조명 아래 더욱 싸늘해 보였다.
그는 동정하듯 그녀를 끌어안으며 낮게 말했다.
“유나야, 내가 블랙카드를 안 가져와서 지금 가진 돈으로는 경쟁이 안 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누가 사진을 사 가든 내일 내가 다시 두 배로 사 올게.”
그 말에 강유나의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남은 불씨까지 꺼져버렸다.
그녀는 창백하게 몸을 일으키며 모든 걸 포기한 듯 고개를 떨궜다.
결국 그 사진은 20억 원이라는 금액에 낙찰되었다.
하시안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리고 두 번째 경매품이 나오자마자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값이 얼마든 이건 제가 살게요.”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직원이 공손하게 다가와 그녀의 블랙카드를 가져갔다.
“감사합니다, 하시안 님. 이 경매품이 낙찰 되셨습니다.”
강유나는 카드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에 웃음마저 새어 나왔다.
그 카드는 심서원의 블랙카드였고 그 위에는 강유나가 직접 붉은 펜으로 작은 하트 표시를 그려놓았었다.
그제야 심서원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자리가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
그리고 심서원은 잔혹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정을 담아 단지 하시안을 웃게 하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강유나를 얼마나 조롱하든 개의치 않고 그녀의 사진을 경매에 부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어지는 한 시간 동안, 하시안은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오기만 하면 주저 없이 모두 사들였고 심서원은 가끔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중간 휴식 시간이 되자 강유나는 급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복도에 나오자마자 하시안에게 강제로 팔을 붙잡혀 휴게실로 끌려갔다.
하시안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승리감이 서려 있었다.
“불쌍한 것. 네가 봉황 왕관을 박살 냈다 한들 뭐가 달라져? 서원 오빠는 나를 달래려고 블랙카드까지 내줬는걸? 당신은? 서원 오빠는 당신 누드 사진조차 낙찰 해줄 마음이 없잖아.”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강유나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지나쳐 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불시에 밀쳐져 바닥에 고꾸라졌다.
하시안은 그녀의 손등을 세게 밟고는 잔인하게 비틀었다.
강유나의 얼굴이 극심한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하시안은 독한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천한 년! 나는 예전부터 네가 눈에 거슬렸어.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왜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고, 왜 심씨 가문과의 혼약을 뺏겼겠어? 네가 바다에 처박히고, 매질 당하고, 누드 사진이 경매에 걸리는 일은 별일도 아니게 될 거야. 언젠가는 너를 심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고 네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릴 거라고.”
그때 문밖에서 심서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시안은 눈동자가 번뜩이며 옆에 있던 과일칼을 집어 자기 배를 그대로 찔렀다.
귀를 찢는 비명이 휴게실을 울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피 웅덩이에 쓰러지며 자신을 향해 서늘한 미소를 짓는 하시안을 바라보다 강유나는 온몸이 싸늘해졌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심서원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이 충혈되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강유나!”
떨리는 목소리로 강유나가 말했다.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야?”
심서원은 눈을 깊게 한 번 감았다가 다시 떴고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유나야, 내가 너를 감싸준 게 한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복수심이 너무 강해. 이번만큼은 내가 감싸줄 수 없어. 그렇지 않으면 형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네가 시안을 한 번 찔렀으니 다섯 배로 갚아야지. 경호원이 너를 다섯 번 찌를 거야. 불만 없지?”
그 순간, 강유나의 심장은 멈춘 듯했고 거대한 트럭이 돌진해 그녀의 가슴을 짓이겨놓은 듯한 극한의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나 테이블에서 과일칼을 조용히 집어 들었다.
“경호원은 필요 없어. 내가 직접 할게.”
그러고는 양손으로 칼을 고정해 자신의 배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마치 눈밭에 피꽃이 피어나듯 붉게 번져갔다.
창백하고도 아름다운 얼굴에는 극도의 평온만이 감돌았다.
칼을 뽑아 다시 한번 깊숙이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모두 끝내고 강유나는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무표정하게 심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됐어?”
심서원은 할 말을 잃었다.
피에 젖은 그녀를 보자 가슴이 뱀 덩굴에 휘감긴 듯 숨조차 쉬기 힘들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
강유나는 독했고 여러 번이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하시안을 해친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하시안을 안아 들고 구급차로 향하며 말했다.
“유나도 병원으로 데려가.”
그 말을 들은 하시안의 눈이 크게 뒤집히며 강유나를 향한 증오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강유나는 그런 심서원을 보지 못했다.
강유나는 이미 시야가 흐려지고 다리는 힘이 풀렸다. 모든 것이 까맣게 어두워지며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