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강유나는 병원에 있었다.
곁에서 간호사 두 명이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 병실 608호에 남자 두 분은 정말 너무 지극정성이지? 하시안 씨는 살짝 다친 정도인데 두 사람 다 걱정돼서 화장실 가는 것조차 꼭 안아다 주더라니까.”
“그러게. 아까 하시안 씨가 직접 물을 따르려고만 해도 혹시라도 다치기라도 할까 봐 두 분이 거의 미친 듯이 달려오던데.”
“그에 비하면 강유나 씨는 진짜 불쌍해.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도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다니.”
“그러게, 다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운명이 다를까.”
강유나는 천천히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한때 서늘하게 갈라지던 그 심장의 고통은 이미 무뎌져 있었고 그녀가 심서원에게 품었던 사랑은 마침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서원이 병실로 들어왔다.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는 창백한 강유나를 보자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의 기억 속 강유나는 언제나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를 보며 꽃처럼 환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 투정 섞인 목소리로 안아 달라며 두 팔을 뻗어오던 모습, 그리고 다정하게 ‘서원아’라고 불러주던 그녀의 목소리.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고요해져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즘 유나에게 내린 벌이 너무 심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유나가 그렇게 악독하게 시안을 괴롭히지 않았다면 내가 벌을 내릴 일도 없었어.’
입술을 꽉 다물고 심서원은 다가가 그녀에게 물 한 컵을 따라줬다.
“시안이 크게 다쳤어. 며칠 동안은 형이랑 내가 같이 돌봐야 해. 너한테는 간병인을 붙여 둘게. 곧 올 테니까 필요한 건 직접 얘기해.”
강유나는 그 컵을 받지 않았고 그저 그를 한번 바라본 뒤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병실을 나서기 직전 심서원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강유나는 이미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햇빛이 내려앉자 그녀의 얼굴은 눈보다 더 하얗게 보였고 마치 새벽의 이슬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마 착각일 것이다.
‘이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사라지겠어.’
무엇보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했던 그녀가 자기를 떠날 리가 없었다.
병원에서 하루를 더 보낸 뒤 강유나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했다.
그리고 복도에서 자신에게 도발하러 온 하시안과 마주쳤다.
강유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켰다.
“하시안, 무슨 일이야? 내 꼴을 보러 온 거야?”
하시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유나를 훑어보고는 우쭐하게 웃었다.
“맞아. 네가 얼마나 비참한지 보러 왔어.”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심씨 가문에서 나가. 원래 내 것이었던 모든 걸 돌려놔. 그렇지 않으면 전처럼 너를 죽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을 거야.”
강유나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너는 처음부터 심서진과 심서원을 사랑한 적이 없었던 거지? 나를 함정에 빠뜨린 것도 다 내가 떠나게 하려고 그런 거야?”
“두 사람을 당연히 사랑하지. 그들의 재산, 지위,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모두 줄 수 있는 그 능력을. 또한 내 손바닥 위에서 그들을 가지고 노는 재미도 사랑하고.”
“알겠어. 네 말대로 심씨 가문에서 떠나고 심서원에게서도 떠날게.”
말을 끝낸 강유나는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으로 뒤돌아섰다.
떠난 후 한 시간째, 그녀는 경매장에 들러 하시안이 자해한 증거 영상을 복사했고 안약 검사 보고서와 방금 녹음한 파일을 모두 심서원의 서재에 두고 나왔다.
두 시간째, 강유나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면서 심서원과 심서진의 연락처를 전부 삭제하고 차단했다.
세 시간째, 그녀는 배지후와 함께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구름 위로 치솟는 그 순간, 강유나는 휴대폰에서 유심칩을 빼 반으로 부러뜨려 쓰레기통에 버렸다.
‘심서원, 안녕. 우리 영원히 다시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