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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문자를 보낸 지 10초쯤 지나, 오수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 낯익은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혼식에 나를 끌어들이겠다고? 그놈, 내가 죽여버릴까 봐 겁 안 나?” 오수아는 담담히 말했다. “싫으면 거절해요. 다른 사람 찾으면 돼요.” 남자가 비웃었다. “감히 그런 말을 해?” “올 거예요, 말 거예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그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수아, 내가 약속대로 널 놔줬는데, 또 건드려? 이번엔 네가 멈출 수 없어.” 오수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가 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조용히 말했다. “알아요.” “하.” 남자가 짧게 웃었다. “그렇게 죽고 못 산다더니? 나 버리겠다고 차단하고, 내가 청해 떠나게 판까지 짜놓던 네가 이제 뭐야? 망했어?” 오수아는 담담히 인정했다. “네, 사람 구별을 잘못했어요.” 경성의 한 고급 주택가. 한 남자가 통유리창 앞에서 담배를 문 채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비죽 웃었다. “내 연락처 전부 다시 추가해. 지금 사는 주소도 보내.” “알았어요.” “기억해, 난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 “알아요.” 전화를 끊은 뒤, 오수아는 한참 거리를 걸었다. 그녀가 연락한 남자, 그는 청해시에서 이름난 박이현이었다. 5년 전, 그는 갑자기 청해시에 나타났다. 정재계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6조원을 투자해 중대형 그룹들을 잇달아 삼켰다. 그 한 사람 때문에 청해 상권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의 수법은 잔혹했고, 지금도 그의 이름만 들으면 청해시 재계 인사들은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의 경호원이 모는 차량 번호판엔 ‘경 A’가 새겨져 있었다. 모두가 알았다. 그는 경성에서 온 사람이었다. 아무도 몰랐다. 그가 왜 이 작은 도시를 택했는지, 또 2년 전, 도시 절반을 손에 넣고 왜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를. 그렇게 제멋대로였던 남자.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수아는 이가 갈렸다. 하루 종일 거리를 떠돌던 그녀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심도윤이 슬리퍼를 들고 다가왔다. 그는 직접 신겨주며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사람들은 어린 남자랑 연애하면 좋다고 했다. 확실히, 그 말엔 이유가 있었다. 심도윤은 퇴근 후 직접 밥을 차렸고, 술에 취한 날엔 해장국을 끓였다. 토를 하든, 엉망이 되든 묵묵히 뒷정리를 했다. 그랬기에 더 믿기 어려웠다. 매일 밤 자신을 품던 남자가,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심도윤은 슬리퍼를 신겨주며 오수아를 바라봤다. “누나, 오늘 오후에 문 앞에서 병원 시술 영수증 봤어. 집에 왔었어?” “응, 급한 일 있어서 바로 나왔어.” 심도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 내 친구들 못 봤어? 오늘 들렀다가 누나 보러 왔는데.” “아니. 문 앞까지만 갔다가 바로 나왔어.” 그제야 심도윤은 안도한 듯 웃었다. “다음엔 오면 꼭 불러줄게.” 오수아는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결혼식 날 봐도 되겠네.” 심도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안으려 다가왔지만, 오수아는 피했다. “나 아직 샤워 안 했어.” “그게 뭐 어때. 난 누나 냄새 좋아.”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오수아의 어깨를 감싸 식탁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이미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또래였고, 인상은 맑고 귀여웠다. 심도윤이 말했다. “누나, 소개할게. 내 여사친이야. 이름은 윤지유. 회사 곧 상장이라 점점 바빠질 거야. 누나는 밥도 잘 안 하고 자꾸 굶잖아. 그래서 같이 밥 먹을 사람을 들였어.” 오수아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윤지유. 그가 말하던 지유였다. 심도윤은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자기 뜻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제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여자를 집 안으로 데려왔다. 오수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지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빼며 말했다. “수아 언니, 앉으세요. 걱정 마세요. 저랑 도윤이는 그냥 친구예요. 혹시 제가 방해가 된다면... 바로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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