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윤이슬은 이미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았다. 사랑은 한때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었지만 지금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건 오히려 우정이었다.
이제 그녀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친구 허지현이 가장 사랑하던 모델 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치료를 이어오는 동안 허지현의 머리 쪽 흉터는 많이 옅어졌고 이제 머리카락도 자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굴에 남은 긴 흉터만은 여전히 선명했다.
그녀는 미래의 커리어나 외모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윤이슬을 탓하지도 않는다고 늘 말하지만 윤이슬은 가끔 그녀가 옛날 사진첩을 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봤다.
그 때문에 윤이슬은 흉터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며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도 전에 배성준이 여러 명의 흉터 복원 전문의를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마주한 순간 윤이슬은 그가 어느새 이렇게까지 야위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를 처음 만났던 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었다.
주황빛 저녁노을 아래 전통 의상을 입은 배성준은 햇볕에 그을린 이마 위로 거침없고 젊은 기백이 서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너무 많이 마른 데다 한때 꼭 맞았던 슈트가 헐렁해 보일 정도로 야위었고 심지어 관자놀이에는 희끗한 새치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 고작 스물아홉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이슬이 보일 때마다 죄책감을 씻어내려는 듯 안달이 났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수차례 거절당한 끝에 그는 더는 그녀가 돌아오리라는 기대조차 감히 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그녀를 바라보며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아... 국제적으로 유명한 흉터 치료 전문의를 찾았어. 치료비도 다 내가 냈어. 부담 없이 써. 지난날 네게 너무 큰 상처를 준 건 나야.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나를 마음껏 이용해도 돼. 난 그게 좋으니까.”
윤이슬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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