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화

구시헌이 고용해 준 영양사와 산후 도우미까지 전부 염미주에게 쫓겨났다. “바깥사람보다 언니가 더 낫잖아? 내 뱃속에는 미래 구씨 가문의 후계자가 있어. 언니가 직접 돌봐줘야 안심되지.” 염미정은 참고 또 참았다. 이제 일주일만 더 버티면 된다. 그날 밤, 염미주는 녹즙을 마시고 싶다며 도우미에게 염미정이 직접 만들도록 감시하라고 했다. “불 켜지 마요. 시헌 오빠가 돈 버느라 힘든데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아껴야죠.”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염미정이 물었다. “깜깜한 데서 어떻게 만들라는 거야?” 그녀가 그만두려고 몸을 일으키자 염미주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언니, 엄마 유품을 꼭 지키고 싶다며? 나를 화나게 하면 시헌 오빠에게 뭐라고 말할지 나도 모르겠네?” 염미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염미주, 네 엄마이기도 해!” “나도 엄마 딸이지, 근데 왜 엄마 눈에는 언니밖에 안 보였을까?” 더 말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걸 깨달은 염미정은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주방에서 염미정은 한 시간 내내 여러 가지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녹즙을 만들었다. 겨우 준비한 녹즙을 내밀자 염미주는 몇 모금 마시더니 갑자기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척했다. 마침 집에 돌아오던 구시헌을 보자마자 그녀는 바로 울음을 쏟아냈다. “오빠, 마침 잘 왔어요. 언니가 우리 아이를 해치려고 해요!” 구시헌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식었다. “염미정, 이번에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염미주가 도우미에게 눈길을 주자 도우미가 바로 나섰다. “대표님, 미주 아가씨는 분명히 멀쩡했는데 미정 아가씨가 준비한 녹즙을 먹고 나서 계속 배를 잡고 아파하시네요. 이 안에 뭔가 들어간 게 분명해요.” 차분한 목소리로 염미정이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설령 녹즙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건 너희 둘이 짜고 나를 모함한 거겠지.” 염미주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왜 그런 손해 보는 짓을 해? 게다가 내 뱃속엔 시헌 오빠의 핏줄이 있다고!” 비웃으며 염미정이 대답했다. “손해라는 말은 맞겠지. 근데 네게 이득이 되는지는 너 자신이 더 잘 알잖아?” 그 말에 염미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말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곧장 구시헌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오빠, 배가 너무 아파요. 혹시 유산하는 건 아니겠죠?” “지금 바로 병원 가자. 너랑 아이에게는 절대 아무 일도 없게 할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염미주 다리 사이로 선명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구시헌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하며 염미정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이 미친년! 어떻게 이렇게 독해? 미주랑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외치며 구시헌은 염미주를 공주님 안듯이 들어 그대로 달려 나갔다. 염미정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뺨이 화끈거리고 가슴은 마치 무뎌진 칼로 난도질당하는 듯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이미 구시헌의 마음이 떠난 걸 알고 있었고 그 사실도 받아들였지만 그 손바닥이 자신의 뺨을 내리쳤을 때 그래도 믿고 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 났다. 그녀를 부서질세라 아끼던 남자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20년을 사랑했던 여동생도 나를 이렇게 쉽게 배신했는데 남자의 변심 따위가 뭐가 그렇게 대수일까?’ 하지만 하나 분명했다. 염미주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아이였다. 염미정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라면 뱃속의 아이까지 희생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하나의 가능성이 번개처럼 스쳤다. ‘혹시 애초에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 생각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핸드폰을 꺼내 친분이 있는 탐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염미주의 산전 검사 기록을 알아봐 줘요. 지금 당장이요.] 그리고 즉시 집 안 CCTV 앱을 열어 확인했다. 역시나 도우미는 염미정이 쉬는 사이 주방에 들어갔고 나올 때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깊은 밤, 구시헌에게서 전화가 왔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아이는 괜찮아. 미주가 삼계탕이 먹고 싶대. 1시간 안에 가져와.” 염미정은 비웃음이 섞인 숨을 내쉬었다. “내가 삼계탕에 또 뭐 넣을지 겁 안 나?” “염미정.”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번에 또 몹쓸 짓을 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아. 미주가 배고프니까 어서 만들어.” 그리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염미정은 냉소를 지으며 도우미를 불러냈다. “지금 바로 삼계탕 끓여요.” 고개를 저으며 도우미가 거절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염미정의 차가운 눈빛에 이내 말을 삼키고 말았다. 염미정은 또박또박 말했다. “삼계탕을 끓이거나 당장 짐을 싸서 나가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세요.” 잠시 멈칫하던 도우미는 냉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저를 해고할 자격은 없으세요. 저한테 월급을 주는 건 대표님이거든요.” 도우미는 이미 염미정이 곧 이 집에서 쫓겨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염미주가 이 집의 새 안주인이 될 테니까 임신한 염미주에게 잘 보이는 것이 앞으로의 안정적인 미래였다. 염미정은 그런 속내를 모를 리 없었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 집은 곳곳에 CCTV가 있어요. 그 녹즙은 당신이 가져다줬고요. 그리고 당신이 그 안에 뭘 넣을 때 찍혔을지 안 찍혔을지 직접 확인해 볼래요?”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