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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서이안은 그 순간 기남준을 보았다. 과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기남준이 감춘 비밀이 무엇일까 곱씹고 있었는데, 정작 그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시계를 보니 이미 오전. 이 시간에 돌아온 까닭은 또 무엇일까. 기남준은 그를 의식하지 못한 채 방으로 향했다. 문을 닫으며 무심히 밀었지만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벌어져 있었다. 서이안은 벽을 짚고 천천히 그 방으로 다가갔다. 직접 확인해야 했다. 방 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기남준의 피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여기 있어.” 깜짝 놀란 서이안은 온몸이 굳어졌다. 들킨 줄 알고 숨을 죽이며 문틈을 들여다본 순간,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곳에는 기운재도 있었다. 기남준은 소파에 앉아 관자놀이를 눌렀다. “무슨 일이야.” 방 안은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져 어둑했다. 서이안은 알고 있었다. 기운재는 드문 병을 앓아 햇빛을 볼 수 없었고 매달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기운재가 창가에 서서 커튼을 슬쩍 젖혔다. 한 줄기 햇살이 스며들자 기남준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형, 조심해. 햇빛에 데이잖아.” 커튼을 다시 내린 기운재가 몸을 돌려 그에게 다가갔다. 소파에 앉은 기남준의 뒤에 서서 허리를 숙이자, 길고 하얀 팔이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목덜미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숨결이 스쳤다. “향이 좋네.” 낮고 흐린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옷깃을 젖히자 창백한 피부가 드러났다. “나 오늘은 많이 피곤해.” 기남준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히 말했다. 형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발작이 오면 의사에게 수혈을 받아.” 그러나 기운재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옷깃을 더 젖히더니 고개를 숙였다. 하얀 이빨이 차갑게 번뜩였고 다음 순간 그의 목을 깊게 물어뜯었다. 기남준의 미간이 움찔하며 좁혀졌다. 그러나 눈빛에는 분노보다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기운재는 그의 어깨를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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