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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다섯 살짜리 아이는 정말로 천진하고 순수했다. 그래서 임채은의 말에 그렇게 쉽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물론, 이는 임채은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이기도 했고 동시에 기운재가 기천우에게 세뇌하듯 주입해 온 영향이기도 했다. 기천우는 기억할 수 있는 때부터 자신이 친엄마에게 버려지고 죽임당할 뻔한 아이임을 알고 있었다. 이제 누군가 조금만 부추겨도 당연하다는 듯 그것을 굳게 믿어버릴 만큼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어서 자.” 임채은은 다정하게 달래며 몇 마디 건넨 뒤 작은 수면등을 끄고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 문을 살짝 닫았지만 곧장 자리를 떠나진 않았다. 오히려 문밖에 몸을 숨긴 채 안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기천우는 병상 위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은 임채은의 가슴을 찌르는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친엄마가 단지 서현우를, 서씨 집안을 증오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에게 이렇게까지 한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올랐다. 기천우는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꼭 움켜쥔 채 온몸을 떨었다. 굴욕, 분노, 서러움... 얽히고설킨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윤서린이라는 이름은 이제 기천우에게 뼛속까지 새겨진 원한으로 남았다. 자신을 먼저 버린 건 그녀였다고 반드시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기천우는 결코 속이 넓지도 않았고 담담히 잊을 수도 없었다. 윤서린에게도 자신이 겪은 버림받는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리라 다시 한번 마음을 굳히고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흐느끼듯 말했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기천우는 두 주먹으로 베개를 세차게 내리치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뜨거운 눈물이 소리 없이 베갯머리를 적셨다. 이제 곁에 아무도 없으니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도 없었다. 온갖 경계가 무너지고 다섯 살 아이의 연약함이 고요한 병실 안에서 그대로 터져 나왔다.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예요.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기천우는 흐느낌 속에서 말을 이어갔다. “왜 우리를 버린 거예요? 사랑하지 않을 거라면 왜 절 낳으신 거죠? 차라리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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