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임채은이 슬쩍 눈짓을 보냈고 그녀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듯했다. 그 순간, 갑자기 군중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고 손에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무언가가 담긴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그 남자는 거침없이 윤소율을 향해 달려가더니 두 손으로 시큼한 달걀물과 썩은 채소를 힘껏 퍼부었다. “빌어먹을 년, 꺼져! 연우 그룹에서 나가고 연예계에서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윤소율은 뒤도 돌아볼 새가 없었고 아슬아슬한 그 순간 하얀 재킷 하나가 불쑥 그녀의 머리 위를 덮였고 달걀물과 썩은 채소 더미가 그 재킷에 모두 쏟아져 내렸다. 그 값비싼 하얀 재킷에는 악취와 점액질에 뒤덮였고 남자는 재킷으로 윤소율을 완전히 감싸며 조용히 고개를 들었고 그의 눈빛에는 서늘한 살기가 번뜩였다. “꺼져.” 딱 한 마디만 했고 단 한 번 눈빛만 주었을 뿐인데 윤소율을 공격한 남자는 그만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 발을 헛디뎌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순식간에 두 다리가 부러졌다. 그 순간, 홀 안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아까까지 모두의 시선은 온통 윤소율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 누구도 잘생기고 신비한 남자가 언제 어떻게 그녀 곁에 나타났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기남준은 붉은빛이 감도는 셔츠에 소매를 반듯하게 걷고 머리는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스르르 사라지고 이내 부드럽고 다정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기남준은 이미 더러워진 값비싼 재킷을 아무렇지 않게 한쪽으로 내던졌다. “소율아, 늦어서 미안해.”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져주고 하얀 손끝이 살며시 그녀의 뺨을 스쳤다. 윤소율은 놀라움과 동시에 마음속 깊은 곳이 묘하게 뒤흔들렸고 조심스레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서 뭐 하는 거...…” “내가 안 왔으면 우리 소율이는 저런 쓰레기들한테 당하는 거였잖아.” 기남준은 애정 어린 눈길로 그녀의 콧등을 살짝 꼬집었고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서현우 쪽을 바라봤다. 방금까지 부드럽던 눈빛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 있었고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