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최명희는 한복 차림으로 상석에 앉아 손에 든 염주를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가지런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인자함이 넘쳐 흘렀다.
옆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사람은 임채은의 어머니인 진수희였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서현우는 다시 진수희에게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앉아.”
최명희가 입을 열었다.
서현우는 곧장 자리에 앉았다.
“어젯밤 일은 나도 들었어.”
최명희는 염주를 손끝으로 굴리며 가늘게 실눈을 뜬 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현우야, 설마 네가 그럴 줄은. 실망이 참 크구나.”
서현우는 그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진수희가 먼저 나섰다.
“어르신, 우선 노여움부터 푸세요. 이번 일은 현우 잘못이 아니잖아요. 우리 채은이가 너무 경솔했던 거죠...”
그녀는 시선을 서현우에게 돌리며 말을 이었다.
“현우야, 나도 일부러 어르신께 이 얘길 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데 어르신께서 굳이 날 붙잡고 물으시길래 알려드린 것뿐이야. 채은이를 위해서라도 너한테 분명히 따져야겠다고 하시면서.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너희 둘 다 이미 성인이고, 너도 매사에 신중한 성격이잖아. 여자 하나 때문에 양가 사이가 틀어질 일을 할 리가 없지. 그 윤소율이라는 여자가 꼬리를 치는 바람에, 네가 잠시 정신이 팔린 거야. 너도 절대 채은이를 버리지 못할 거고. 그렇지, 현우야?”
서현우의 시선이 천천히 진수희에게로 옮겨졌다.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날아 꽂혔다.
“평소엔 그토록 신중하던 애가 이런 잘못을 저질러?”
최명희의 목소리가 한껏 날카로워졌다.
“넌 우리 가문의 후계자야. 앞으로 가문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제대로 구분 못 해? 너희 할아버지는 여자 문제로 방해받는 걸 제일 싫어하셨어!”
진수희가 서둘러 거들었다.
“남자들이 다 그렇잖아요. 워낙에 현우가 젊고 능력 있는 데다가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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