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윤소율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사정이 있었다고? 대체 무슨 사정이 있다는 거야. 가장 큰 이유라면 서현우의 마음속에서 임채은의 목숨이 윤서린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겠지. 그것뿐이지 다른 사정은 없었을 거야.’
“사실 오빠 마음도 그날부터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문서영이 말했다.
“서린 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언니의 방은 늘 그대로예요. 하나도 변한 게 없죠. 매일 하녀들이 정성껏 청소하고 오빠는 가끔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해요.”
윤소율은 순간 매우 놀랐지만 곧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윤소율... 정신 차려... 철석같이 냉정한 남자가 네 방을 청소해 줬다고 그렇게 쉽게 용서하려는 거야? 이건 악어의 눈물이야.’
속으로는 그렇게 조용히 비웃었지만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야. 나도 대표님이 그렇게 매정한 남자라고는 믿지 않아.”
“그 납치 사건은 의심스러운 점이 너무 많아요.”
문서영이 갑자기 폭탄 같은 말을 꺼냈다.
“사건이 벌어진 창고는 외딴 마을과 붙어 있었는데 경찰이 조사하러 갔을 때 그 마을의 한 주민이 그러더래요. 집에 돌아가던 길에 나무 그늘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봤고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고요. 직접 봤대요. 사건 당일 새벽 길가에 두 사람이 서서 마치 아이를 목 졸라 죽이려는 것 같았다고요.”
윤소율의 커피잔을 잡고 있던 손이 굳어버렸다.
믿기 힘든 눈빛으로 문서영을 바라봤다.
“뭐... 뭐라고?”
“그땐 경찰이 현장 수습하느라 바빠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그런데 그 주민이 말하길 그날 밤 아기가 아주 크게 울다가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울음이 점점 잦아들었고 결국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됐다고 해요. 그 후에 경찰이 다시 조사하러 갔을 땐 그 주민의 가족 전부가 투신자살한 상태였죠. 다른 증거가 없으니 그냥 자살 사건으로 종결됐고요.”
“쾅!”
그 순간 윤소율의 손에서 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고 커피가 튀어 윤소율과 문서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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