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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임채은은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문 앞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채은아,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는 거야?” 임채은은 뒤를 돌아 엄마에게 말했다. “현우 오빠 찾으러 가.” “가지 마.” “엄마!” 임채은이 화를 내며 말했다. “현우 오빠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어!” “그게 뭐 어때서?” 진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가서 현장을 잡아도 뭘 어쩌겠어?” “...” “네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세상에 한눈 안 파는 남자가 어디 있어? 현우 정도면 밖에서 여자 몇 명 있는 건 당연한 거지. 서씨 가문은 엄청난 재벌이고 현우 외모도 뛰어난데 그 많은 여자가 쫓아다니는 걸 네가 다 막을 수 있어?” 말하며 진수희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넌 달라. 재벌가 딸이 품위를 잃으면 그 여자들과 뭐가 다르겠어? 서씨 가문 사모님은 한 명뿐이고 그게 바로 네 자리야. 천한 것들은 단지 장난감일 뿐이지.” 진수희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너와 걔 사이엔 이안이가 있잖아. 서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네 거야. 너무 서두르면 남들이 웃어.” “이안이는... 친자식도 아니고...” “입 다물어!” 진수희는 경계하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임채은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분명 말하지만 이안이는 네 친자식이야. 아무리 바빠도 시간 좀 내서 애랑 같이 있을 순 없어? 애가 너랑 가깝게 지내지도 않잖아.” 임채은은 억울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알았어.” “이안이는 네 비장의 카드야. 자식 덕분에 앞으로 넌 서씨 가문의 유일한 안주인이 될 거야.” “내키지 않아. 현우 오빠 마음속에 나만 있었으면 좋겠어!” 진수희는 항상 임채은에게 재벌가 딸로서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서현우를 그렇게 좋아했지만 참아야 했기에 손도 잡지 못했다. 참아야 한다고 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서현우와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늘 어느 정도에서 멈췄다. 임씨 가문이 보수적인 집안이라 미혼의 처녀로서 임채은은 몸가짐을 단정하게 해야 서현우의 애정과 사랑을 받는 줄 알았다. 5년 전, 그녀는 윤서린이 죽었다고 생각해 서현우가 자신을 아내로 삼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윤서린이 죽은 후 서현우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분명 윤서린을 사랑하지 않았고 그다지 호감도 없었을 거다. 그러니 생사의 순간에도 윤서린이 아닌 임채은을 선택했지. 진수희는 늘 임채은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임씨 가문 아가씨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달랬다. 이미 죽은 여자가 내세울 게 뭐가 있어서 그녀와 경쟁하겠냐면서. ... 방에서 윤소율은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따금 손가락 끝으로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곳에는 한때 붉은 반달 점이 있었고 그게 윤서린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신분을 바꾼 뒤에는 레이저로 그 점을 제거했다. 하지만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옅은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컨실러로 가려야 했다. 그런데 이 작은 디테일을 서현우가 아직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서현우와 결혼한 후 그들은 분명 각방을 썼다. 어느 날 갑자기 악몽을 꿔서 베개를 안은 채 그의 방문을 두드렸을 때, 문이 열리는 순간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겼다. 서현우는 어쩔 수 없이 윤서린을 침대로 안아 올렸고 그녀는 놀란 채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마도 그날 밤 서현우는 어깨에 있는 점을 발견했던 것 같다. 샤워를 마친 윤소율은 화장대 앞에 앉아 반달 점을 컨실러로 가리고 가운을 걸친 뒤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침대 위에서 남자는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윤소율은 침대 옆에 앉아 서현우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스치다가 문득 그의 손에 있는 반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금반지는 서씨 가문 후계자의 유일한 증표였다. 그것과 짝을 이루는 옥반지가 있는데 서씨 가문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것이었다. 그 옥반지는 현재 임채은의 손에 있었다. 서현우가 임채은을 그렇게 아끼는 이유 중 하나는 임채은이 어릴 적부터 서현우와 약혼한 사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현우는 윤소율과 임채은이 다르다는 걸 몰랐다. 어릴 적 차갑고 오만한 소년은 첫눈에 윤소율의 마음에 각인되었다. 그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었다. 당시 서씨 가문 저택에는 넓은 숲과 연못이 있었는데 서현우는 열두 살 때 실수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8살 윤서린은 벽 뒤에 숨어 모든 것을 목격했다. 서현우가 물에 잠길 때쯤 임채은이 울며 멀리 달아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벽 뒤에서 뛰어나왔다. 서현우가 물에 빠진 것을 본 윤서린은 주저하지 않고 물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미처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겨우 서현우를 물에서 끌어내어 육지로 끌어올렸을 때 기쁨을 느낄 틈도 없이 임채은이 사택의 도우미, 집사, 가정부를 불러 모아 한 무리가 달려왔고, 그녀를 보자마자 앞뒤 가리지 않고 소리쳐 쫓아냈다. 윤서린은 두려움에 벽 뒤로 숨었다.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서현우가 깨어나 그녀를 보면 놀라게 될까 두려웠다. 윤서린은 서씨 가문에서 아무런 입지가 없었다. 도우미가 흙더미에서 파낸 버려진 아이였고 특히 김영숙은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자라면서 얼굴의 반점이 점점 커지자 모두 그녀를 추한 괴물이라고 불렀다. 김영숙은 엄하게 경고하며 손자 서현우에게서 멀리 떨어지라고 했다. 서씨 가문에서는 서경수만이 윤서린을 무척 아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서경수는 그녀의 피가 임채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임채은 일행이 허둥지둥 서현우를 병원으로 급히 옮기는 모습을 지켜만 봤고 나중에 들은 바로는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윤서린이 목숨을 걸고 구한 소년이 커서는 다른 여자 때문에 그녀의 생명을 앗아갔다. ... 하늘 끝이 서서히 어스름해지기 시작했고 깨어난 서현우는 머리가 터질 듯 아팠다. 서현우는 눈을 뜨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윤소율은 얼굴을 돌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마르지 않은 머리가 해초처럼 어깨에 덮여 있었다. “깨어났어요?” 윤소율은 서현우의 서서히 붉어지는 동공을 바라보며 말없이 도발적인 표정을 드러냈다. “서 대표님은 여자를 아껴주는 법이 없네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손목이 서현우에게 강하게 잡혔다. “내 술에 뭘 넣었죠?” 윤소율이 억울한 듯 말했다. “대표님은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나요?” 서현우는 그녀가 꾸민 일임을 확신하며 차가운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참 대담하네요. 감히 날 상대로 계략을 꾸미다니.” 말하며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고 대충 걸쳤다. 윤소율은 침대에 앉아 팔을 뒤로 짚고 두 다리를 우아하게 교차시켰다. “대표님, 이렇게 가려고요?” 남자는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윤소율은 천천히 말했다. “지금 밖에 기자들이 가득해요. 이 문을 나서면 내일 우리 두 사람의 호텔 출입 사진이 모든 언론에 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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