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잘못된 사실
나는 구금된 지 사흘째 되는 날까지도 권지호를 보지 못했다.
규정에 따라 직계 가족은 격리 대상이었기에 그는 구치소 근처에 얼씬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어둡고 고립된 섬에 갇힌 기분이었다.
사흘째 되던 날 새벽, 갑자기 구치소의 철문이 열렸다.
“심지유 씨, 면회 온 사람이 있어요.”
나는 변호사가 왔거나 다시 취조가 시작된 줄 알았다.
하지만 철문을 지나 접견실 유리 벽 너머로 마주한 사람은 그토록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권지호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고작 사흘 못 본 사이에 눈가의 다크서클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턱밑에는 푸르스름한 수염 자국이 돋아나 있었다.
언제나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하던 셔츠는 깃이 약간 흐트러져 조금은 초췌해 보였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그의 등은 여전히 꺾이지 않는 창처럼 곧게 뻗어 있었다.
“지호 씨...”
수화기를 집어 들자마자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내가 안 그랬어요. 정말 내가 안 그랬어요...”
권지호는 호수처럼 고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안정시키는 힘이 서려 있었다.
“알아요.”
단 세 글자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오열하고 말았다.
전 세계가 나를 의심하는데 오직 그만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는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울지 말고 내 말 잘 들어요.”
권지호는 입구의 CCTV를 힐끗 살피더니 빠른 속도로 말을 이었다.
“나는 이미 회피 신청을 해서 이 사건에 손을 댈 수 없어요. 하지만 장 형사가 검시 보고서 사본을 내 책상 위에 ‘실수로’ 흘리고 갔더군요.”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시신이 이상해요.”
“뭐라고요?”
그 말에 나는 멍해졌다.
“피해자 임해나 씨의 사인은 경동맥 파열로 인한 출혈성 쇼크, 사망 추정 시각은 금요일 밤 8시에서 10시 사이예요.”
권지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의식중에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건 그가 깊이 생각에 잠길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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